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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나?"…8000만원짜리 '서울팅' 사업, 무산 위기


입력 2023.06.17 06:11 수정 2023.06.17 06:1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 내 직장 다니는 만25∼39세 미혼 청년 대상…취미 모임 등 자연스러운 만남 주선

박강산 "민간 모임들도 있는데, 관(官)이 모이라고 하면 모이나…청년을 수동적 객체로 본 것"

이소라 "1980년대도 아니고…그전에도 자치구서 이런 사업 진행했다가 실패한 사례 있어"

오세훈 "여러 비판에도 필요한 사업 판단…민간에만 맡겨 안 되는 부분, 서울시 개입으로 해결 가능"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시의회 제319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서울시가 저출생 대책으로 미혼 청년의 만남을 주선하겠다며 내놓은 '청년만남, 서울팅(Seoul meeTing)'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관(官)이 개입한다고 해서 요즘 청년들이 이런 모임에 응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과적으로 시민 혈세만 낭비할 것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어 청년들이 결혼과 아이를 포기하고 있는 것인데, '청년들이 사람을 못 만나 결혼과 출산을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간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서울팅'은 서울 내 직장에 다니는 만25∼39세 미혼 청년을 대상으로 바리스타 수업이나 등산 등 취미 모임을 운영해 자연스러운 만남의 기회를 마련하는 사업이다. 시는 올해 6차례에 걸쳐 서울팅에 참여할 250여명을 모집할 계획이었다. 결혼 적령기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미팅의 기회를 마련해 결과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였다. 추가경정 예산안에도 서울팅 추진 예산 8000만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이런 서울팅 사업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강산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은 "경남 밀양 등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 민간에서 하는 커뮤니티 모임도 있는 상황에서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서울팅 사업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다"며 "관이 개입한다고 해서 요즘 청년들이 그런 모임에 응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접근은 청년을 수동적인 객체로 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보건복지위원회 이소라 부위원장은 "자연스러운 만남을 조성하기 위해 커뮤니티 소모임에 돈을 투자하는 것으로 저출생 해결이 어렵다"며 "1980년대나 1990년도 아니고 공공 영역에서 모임을 조성해 수십명이 한 곳에 모여 서로 얘기 나눠보라고 해서 될 게 아니다. 요즘 소모임 어플도 따로 있는데 지역 주민들끼리 취미를 함께 공유하는 모임도 많다"고 힐난했다. 이어 "그전에도 자치구에서 이런 사업을 진행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 참석후 아이들과 도장찍기 놀이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대 여론이 거세자 직접 나서사 '서울팅' 추진 의지를 거듭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13일 서울시의회 제319회 제2차 본회의에서 "세상이 하도 험하다 보니 미혼 여성들은 (소개팅 전) 잘 어울릴 수 있는 이성일지 고민하기 전에 범죄자를 만날까봐 불안에 떤다고 한다"며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에만 맡겨서 해결 안 되는 부분을 서울시 개입으로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 전문가들은 오 시장과 서울시가 저출생의 근본 원인을 잘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상황 등으로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거나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한 상황인데, '청년들이 사람을 못 만나 결혼과 출산을 못하고 있다'는 결론으로 간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서울팅 사업은 저출생 대응책으로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연애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며 "돈을 벌어도 시간이 없어서 모임조차 못 나가는 청년들이 있고 물질적 빈곤과 시간적 빈곤이 겹치는 청년들도 있을텐데 서울팅과 같은 접근은 청년들의 냉소적 반응만 얻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돌봄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가족 친화적인 직장 문화가 합쳐져 일과 가정이 양립돼야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고려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현재, 서울팅 사업이 저출생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다시 논의하며 사업 추진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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