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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어른들, 눈물 짓는 선수와 농구팬 [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06.17 07:00 수정 2023.06.17 07:00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출발부터 불안한 재무 건전성으로 인해 결국 제명 결정

구단의 방만한 경영, KBL의 졸속 행정 등에 팬들만 눈물

지난해 창단식 당시 기념사하는 김용빈 대우조선해양건설 회장. ⓒ 뉴시스

20여년 프로 농구 역사에서 구단이 퇴출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KBL(한국농구연맹)은 16일 서울 KBL센터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데이원 농구단의 제명을 결정했다.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 제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된 이번 ‘데이원 제명 사태’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둔 데이원 스포츠는 지난해 고양 오리온을 인수해 재창단하는 방식으로 농구계에 뛰어들었다. 구단 측은 캐롯손해보험을 네이밍 스폰서로 앞세웠고 경기도 고양시에 뿌리를 내렸다.


출범까지도 여러 잡음이 일었던 데이원 스포츠다. 오리온 측은 구단 인수 협상 과정에서 재정 안정성에 의문을 표했고 KBL이 주최한 신규 회원사 가입 심사에서도 부실한 자료를 제출해 논란이 일었다. 역시나 불투명한 재무 건전성이 문제였다.


농구계에서는 데이원스포츠의 가입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10구단 체제 유지가 급선무였던 KBL은 결국 가입을 승인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문제가 터져 나왔다. 분할로 내기로 한 15억원의 가입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가 하면 시즌 중에는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에 대한 임금 지불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명 농구인이자 당시 방송을 통해 주가를 높이던 허재를 구단주로 내세웠으나 허울뿐인 미봉책에 불과했다.


폭발이 예고된 시한폭탄의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네이밍 스폰서를 맡았던 캐롯손해보험이 손해만 입은 채 발을 뺀데 이어 계속된 재무 문제로 인해 시즌 종료 후 KBL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제명에 이르게 됐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팬들에게 감사한 선수들. 고양 데이원 점퍼스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가장 큰 피해자는 역시나 선수 및 구단 직원들이다. 이대로 농구단이 해체 수순을 밟는다면 드래프트를 통해 일부 선수들이 구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많은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게 된다. 새로운 기업이 구단을 인수하는 방안이 최선이지만 이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미래다.


팬들도 또 다른 피해자다. 특히 데이원 스포츠 농구단을 응원했던 대부분은 고양 오리온 시절부터 이어져온 팬들이기 때문에 허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데이원 스포츠가 인수할 당시부터 오리온 구단의 역사를 계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재창단이 결정되며 2회 우승의 업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목도했다. 또한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응원했던 선수들이 농구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바라보며 함께 울었다.


졸속 행정과 방만 경영을 일삼은 어른들의 무책임은 농구 코트에서 흘린 땀과 노력, 열정을 외면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고 그동안 헌신해온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팬들은 끝까지 주황 물결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고양 데이원 점퍼스 공식 유튜브 화면 캡처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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