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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유치 나선 K-기업인, 어깨가 무겁다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6.19 11:38 수정 2023.06.19 11:39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7개월 전 빈 살만 만났던 기업인들, 20일 프랑스에서 경쟁자로 재회

오일머니 앞세운 사우디 이겨내고 K-기업인 저력 보여줄지 관심

경제효과, 기업 이미지 제고, 尹 정부 경제정책 기조 탄력 등 효과 기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차담을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들어서고 있다. ⓒ데일리안



지난해 11월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속속 집결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면 한 자리에 모으기도 힘든 거물급 인사들을 자신의 숙소로 불러들인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나아가 사우디 그 자체로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였다.


5000억 달러(700조원)가 투자되는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비롯,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이었으니 기업인으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오는 20일. 우리 기업인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7개월 만에 빈 살만 왕세자와 다시 마주한다. 이번엔 ‘사업 파트너’로서가 아니라 ‘경쟁자’로의 위치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1,2위를 다투는 한국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를 놓고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다.


7개월 전의 장면에서 보여줬듯이 사우디 오일머니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들도 사우디에서 사업 기회를 잡고 싶어 한다. 빈 살만의 지지 요청을 대놓고 거절할 나라는 많지 않다. 상당히 힘든 싸움이다.


우리가 믿을 것은 K-기업의 브랜드 파워와 기업인들의 인적 네트워크다. 정부가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 최태원 공동위원장 등 민간유치위원들을 참여시킨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7월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출범 이후 우리 기업들은 엑스포 개최권을 부산으로 가져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민간유치위원회에 참여한 12개 기업들이 투표권을 가진 세계 120여개국을 전담해 기업 차원에서의 다양한 홍보활동은 물론, 각 기업 총수와 전문경영인(CEO)들이 해외 각국을 돌며 교섭활동을 벌여왔다.


그 덕에 사우디 리야드의 독주 체제였던 판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사우디 지지를 선언했다가 한국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우디 측에서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최종 투표 방식을 비공개에서 공개로 바꾸자고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인들이 차별화된 비전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의 노하우를 보여주며 회원국들을 꾸준히 설득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기업들이 부산엑스포 유치에 전력을 다해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2030 엑스포는 과거 대전엑스포, 여수엑스포와 같은 인정박람회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등록박람회다. 전시 규모는 무제한이며 전시 기간도 최대 6개월(등록박람회는 3개월)에 달한다. 개최국은 부지와 인프라만 제공하고 참가국이 각자의 비용으로 전시관을 건립하는 만큼 수많은 국가들로부터의 투자유치도 동반된다.


개최가 확정될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효과가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정부는 추산하고 있다. 한동안 경제 도약의 계기가 될 만한 대규모 이벤트가 없었던 상황에서 침체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절호의 기회다.


재계에서는 당장 부산엑스포 유치가 확정되기만 하더라도 국가신용도 상승, 해외투자 유입 등으로 인해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징적 의미도 크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적 과업을 이뤄내는 데 있어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면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 일었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아가 ‘민간 주도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원팀’으로 이뤄낸 성과물인 부산엑스포 유치가 규제개혁, 세제개편, 노동개혁 등 경영환경 개선의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20일 BIE 총회 현장에서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그를 수행한 기업인들의 유치 활동이 5개월 뒤 최종 투표에서 사우디 오일머니를 이겨낼 결정적인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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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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