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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뜨는 초럭셔리와 가성비 [소비, 중간이 사라지다①]


입력 2023.06.27 07:04 수정 2023.06.27 07:0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작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명품 구매액 세계 1위

편의점, 연중 할인행사로 장보기 수요 공략

가성비 치킨‧커피‧주류로 식품‧외식업계와도 직접 경쟁

서울 시내 백화점 앞에서 시민들이 명품 매장 오픈을 기다리고 있다.ⓒ뉴시스

2023년을 대표하는 유통 트렌드를 꼽자면 양극화가 단연 1순위다. 극한의 짠테크를 추구하는 MZ세대의 거지방부터 플렉스까지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단어도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오랜 경기침체에 중간이 사라져버린 요즘 소비 트렌드로 유통가는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식품, 외식, 여행, 패션 등 전 분야에 걸쳐 초프리미엄부터 가성비까지 타깃을 한층 정교화한 마케팅이 대세가 됐다. 불안한 유통가를 강타한 소비 양극화 현상을 통해 우리 경제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편집자주]


유통가 전반에 걸쳐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린 소비심리가 해외명품으로 쏠리면서 백화점 명품시장은 급성장한 반면 생활비를 아끼기 위한 짠물 소비가 확산되면서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연일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한국 전체 명품 시장 규모는 21조100억원으로 2018년 대비 30% 확대됐다.


또 우리나라 국민 1인당 명품 구매액은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해 한국인 명품 소비액은 2021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로 한국인 1인당 325달러(약 40만4000원)를 명품에 소비한 셈이다. 미국(280달러), 중국(55달러)보다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었지만 명품의 인기 덕에 백화점은 오히려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매출 3조원을 돌파했고, 신세계백화점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작년 4분기부터 고물가 현상이 심화되면서 백화점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지만 명품 카테고리는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


명품과 함께 고공성장을 지속했던 골프 관련 매출의 경우 지난달 감소한 반면 명품은 3사 모두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 여론이 높지만 해외명품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며 “불황 속에서도 백화점들은 리뉴얼에 꾸준히 투자를 하고 명품 브랜드 입점을 늘리는 추세”라고 전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도시락을 고르고 있다.ⓒ뉴시스

백화점과 함께 오프라인 유통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다만 백화점이 명품을 앞세운 초럭셔리 소비의 대표 채널이라면 편의점은 가성비의 대표주자라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작년 백화점과 편의점은 전년 대비 매출액이 각각 15.7%, 10.8%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매출액이 1.4% 늘고, SSM이 0.2%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에는 백화점(23.1%) 편의점(6.9%)만 성장세를 유지했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접근성이 높은 편의점에 수요가 몰렸다면 최근에는 가성비 상품을 찾아 편의점을 들르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연중 할인행사를 하는 대형마트처럼 편의점도 장보기 수요를 적극 공략하는 추세다.


전국 5만개가 넘을 정도로 매장이 늘면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생긴 데다 이른바 대박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기존 브랜드 제품 매출을 앞서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최근에는 외식물가 상승으로 편의점 도시락, 샌드위치 등 간편식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편의점의 효자 상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엔 가격 보다는 높은 접근성이 장점이었는데 최근엔 가격에 상품 경쟁력까지 갖춰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에서는 가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꼽힌다”며 “이제는 유통업계를 벗어나 치킨, 커피 등 외식업계와도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상으로 ‘치킨 1마리 2만원 시대’가 열린 가운데 편의점은 1만대 초반의 가성비 치킨을 내세워 시장을 넓히고 있다. 주요 편의점의 올해 즉석치킨 매출 신장률이 50%를 넘어설 정도다.


커피의 경우에도 이미 가성비 커피 프랜차이즈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자체 구독서비스 등과 연계해 한잔 100~200원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최근에는 CU가 1000원짜리 PB막걸리를 출시하는 등 주류업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더 심해지는 패션·뷰티 씀씀이 [소비, 중간이 사라지다②]>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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