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특판·환율 우대 제공
800원대 터치한 엔화 인기
금융권의 외화 상품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수요까지 몰리면서다. 은행권에서는 외환 상품이나 환전 서비스를 내놓고, 핀테크업계에서도 맞춤형 환율 우대, 할인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6일 달러 환테크를 쉽게 할 수 있는 '바로보는 외화통장'을 출시했다.
고객이 직접 수익 금액을 계산할 필요없이 환율 변동에 따른 실시간 수익률과 해당 통장을 통해 얻은 환테크 수익을 보여주는 상품이다. 또 입출금 시 조건없이 90% 환율 우대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예금금리에 환차익을 더할 수 있는 '우리 WON 외화정기예금' 특판을 출시했다. 이는 외화정기예금 금리가 제공되고, 최대 연 0.3%포인트(p) 우대 금리가 제공됐다.
우리은행은 이어 이달 초 아시아나항공과 제휴를 맺고 '우아한 달러적립예금'을 내놨다. 금리 혜택과 더불어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상품으로, 20·30·40·50달러 중에 선택해 1일 1회 입금할 수 있으며, 입금 금액, 횟수, 만기 여부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적립된다.
DGB대구은행도 이달 초 환율 우대와 금리 혜택을 제공하는 'IDREAM 외화자유적금'을 선보였다. 미 달러, 일본 엔화, 유로화 등으로 10달러부터 가입 가능하며 기본환율우대 70%를 제공한다. 신규 가입자에게는 월 1000달러 한도 내 최대 80% 환율 우대를 1년간 제공한다.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에서는 각종 환전, 외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JB전북은행은 하나투어와 함께환율 우대 쿠폰, JB카드 청구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쏠편한 환전하고 마일리지로 일본가자' 이벤트를 통해 300달러 이상 환전 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기존의 두 배인 2달러당 2마일리지를 적립해주고 있다.
NHN페이코는 하나카드, 캐롯손해보험, 신한은행과 함께 해외 여행객들을 위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코 트래블팩을 출시했다. 페이코 앱을 통해 환전하고 신한은행에서 수령하면 최대 90% 환율 우대를 받을 수 있다. 페이코를 통해 캐롯손해보험의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면 20% 할인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 각종 외환, 환전 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역대급 엔저 현상에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초 100엔당 1000원 수준이던 엔화 환율은 이달 중순인 지난 19일 장중 한때 8년 만에 처음으로 800원대로 떨어졌다가 전날 기준 엔화는 908원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967억9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54억 달러 증가했다. 1월부터 감소세를 보이다가 다섯 달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다.
통화별로 보면 달러화예금에서 30억9000만 달러가 증가했다. 유로화예금도 12억9000만 달러가 늘어났다.
특히 엔화예금에만 9억3000만 달러 증가했다. 2017년 10월(9억7000만 달러) 이후 5년 7개월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한국은행은 "엔화 예금 증가는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 자금 예치된 데다 개인의 여유 자금이 투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역대급 '엔저 현상'에 재테크 수요가 몰렸다는 뜻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 엔(약 2732억원)으로 4월보다 73억2800만 엔 증가했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원화를 받고 은행 입장에서 엔화를 내준 규모가 300억 엔을 훌쩍 넘어섰다는 뜻으로, 이는 전년 동월 대비 5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