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부터 밀가루 출고가 인하…라면‧빵 등 동참
식당 메뉴 가격은 여전히 상향세, 소비자 불만 폭발
하반기도 하향 조정은 어려워…“부담 요인 수두룩”
최근 밀가루 가격 인하와 함께 라면과 제과·제빵 기업에서 식품 가격을 하향 조정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를 중심으로 “왜 식당에서는 가격 인하가 이뤄지지 않느냐”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원가부담이 줄었음에도 소비자 부담은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압박에 식품업계와 유통기업들이 지난 1일부로 소비자가격을 조정한 이후 이와 관계가 깊은 식당가를 향해 가격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밀가루 등 일부 원재룟값이 하락하자 소비자들의 실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당가 조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제분은 이달부터 밀가루 가격을 인하했다. 밀가루는 식품회사들이 과자·라면 가격을 올리면서 주요 배경으로 꼽았던 대표적인 원재료다. 인하율은 평균 6.4%. 대한제분은 일반 소비자 대상 제품(B2C)뿐만 아니라 기업 간 거래(B2B) 품목도 조정했다.
그럼에도 라면과 칼국수, 피자 등을 판매하는 외식업계에서는 깜깜 무소식이다. 밀가루를 포함해 일부 식품 가격 출고가가 인하되면서 소비자 판매 가격도 조정됐지만, 여전히 외식가격은 부담이 높다는 점에서 물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기준 자장면 가격은 지난 5월 6915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3년 전 5115원 대비 35.2%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칼국수는 7269원에서 8808원으로 21.2% 늘었다. 냉면 가격은 3년 사이 8885원에서 1만923원으로 22.9% 올랐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점심 식사가 부담스럽다”는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식비같은 경우에는 선택이 아닌 필수 지출품목인 데다, 사실상 생존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는 점에서 체감도가 훨씬 높다는 반응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하소연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외식업 관계자들은 팬데믹 기간 외식 수요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누적된 손실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직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식자재가 많은 데다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크게 상승해 현실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보면 지난 5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17.17로 전월보다 7.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보다도 크게 올랐고,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도 2배 넘게 웃돌았다. 이런 흐름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그간 원재료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부재료 가격들도 함께 치솟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식 가격은 메뉴 가격 조정이 어려워 한 번 올리면 현실적으로 다시 내리기 어렵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은 원재룟값이나 관리비 등이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매번 가격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를 감내하다가 적절한 시기를 봐서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며 “밀가루 가격이 내렸다고 하더라도 요리할 때 쓰이는 가공식품 등의 가격은 대부분 오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 밖에도 감내해야 할 요인이 수두룩 하다는 점이다. 임대료 부담과 동시에 구인난이 동반되고 있는 데다,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올 여름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전기요금 마저 크게 오르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는 답변이 63.4%에 달했다. 또 40.8%는 3년 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설문에서 자영업자들은 올해 가장 부담이 큰 경영비용 증가 항목으로 원자재·재료비(20.9%)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인건비(20.0%)와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18.2%), 임차료(14.2%) 순으로 집계됐다. 매출 부진에도 대출이자 상환 등의 부담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외식비 부담에 대한 소비자들의 원성이 연일 높아지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의 수익성 저조로 식당가의 가격 인하는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정부와 노동계가 논의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프랜차이즈 외식업계 관계자는 “최근 밀가루 및 주요 식품 가격을 내렸다 해도 외식업을 운영하는데 일부 품목일 뿐 채소 등 식자재 가격은 계속해서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쉽게 가격 조정이 되기는 어렵다”며 “더불어 최근에는 외식업의 인력난이 너무 큰 문제로, 최저 시급으로는 알바를 전혀 구할 수 없을 정도라 인건비 부담 또한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프랜차이즈가 아닌 일반 식당의 경우에도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식재료를 구입하기보다는 중간 유통사들을 끼고 있기 때문에 중간 구조에서 가격 변동이 되지 않는 한 식당에서의 가격 조정은 더욱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