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간 공개석상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온갖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친강(57) 외교부장이 끝내 낙마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외교부장직에 임명된지 불과 7개월 만이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방송에 따르면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 상무위원회는 25일 회의를 열고 친 부장을 면직하고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신임 외교부장에 임명했다. 이로써 그는 1949년 사회주의 중국 건국 이후 '최단명 외교부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7개월 만에 외교부장직에 복귀한 왕이 위원은 당중앙외사판공실 주임과 외교부장을 겸임할 것으로 보인다.
친 부장은 중국 특유의 거친 외교, 이른바 '전랑외교'의 상징을 꼽히는 인물로 지난해 말 외교부장으로 임명됐다. 올해 3월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부총리급인 국무위원 자리까지 올랐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각별한 신임에 힘입어 56세의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도 초고속 승진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5일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7일 그의 상황에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에 모른다고 했으나, 나흘 뒤인 11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연쇄 외교장관 회의를 앞두고 친 부장의 신체(건강) 원인을 거론하며 그의 상급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참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까지 그의 소식을 묻는 질문에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일관했다.
친 부장의 '잠적'이 길어지면서 중국 안팎에서는 그의 건강 이상설, 간첩설, 권력투쟁설 등 확인되지 않은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불륜설이 떠올랐다. 홍콩 봉황TV 앵커 푸샤오톈(40)이 자신의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지난해 3월 친강 당시 주미 대사와의 인터뷰 사진과 그녀의 아들 사진을 올린 것이 불륜설의 근거가 됐다.
전국인대 상무위는 이날 친 부장의 면직 사유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고 중국 관영 매체도 그의 해임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당원의 기율 위반을 적발하는 당 중앙기율위도 그의 처분 여부를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역시 부장 페이지를 되돌리지 않은 채 친강의 사진을 그대로 유지했다.
친강의 전임이면서도 후임이 되기도 한 왕이 위원은 외교정책에 있어서만은 시진핑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시진핑 체제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10년간 외교부장을 맡았다. 지난해 당시 69세의 나이에도 ‘칠상팔하(지도부 교체 때 67세는 남고 68세는 퇴임)’라는 관례를 깨고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어깨를 툭 치거나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 지각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미국 CNN방송은 “지난달 친강이 모습을 감추고서 외교 현장에 종종 대신 참석했지만, 이미 맡았던 자리로 돌아오게 한 조치는 모두의 예상을 깬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국인대는 이날 리강 인민은행장이 물러나고 판궁성 인민은행 당서기 겸 부행장을 후임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면담해 후임 인민은행장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