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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 민주화운동의 불행한 유산


입력 2023.08.02 05:05 수정 2023.08.02 05:05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교조 교사들, 추모는 하되 학생인권조례 시각은 불편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인간관에서 극명

교사 권한과 책임 해체된 자리에 이기심 학생과 학부모 들어서

진보 좌파의 그릇된 인간관이 교사 권한과 수단 박탈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내에서 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지난 7월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서이초등학교 정문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메시지가 부착되어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7월 18일 23살의 서이초등학교 여교사가 사망하면서 교사들의 인권 문제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교사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생존권 위기라 지칭하며 절박한 심정을 가감 없이 토로하고 있다.


교권 문제의 핵심은 대체로 2010년 진보 교육감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제기된 학생인권조례라 보는 것 같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24~25일 교권 추락의 원인에 대해 설문한 결과, 우리 국민 55.0%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의견에 공감한다”라고 응답했다. 국민 34.2%는 그러한 의견에 “공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으며 10.8%는 “잘 모르겠다”라고 했다. 지역과 세대의 차이 없이 국민은 학생인권조례가 문제의 원인임을 지적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흥미 있는 것은 전교조의 태도이다. 필자는 지난 7월 28일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학생인권조례의 개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한 바 있다. 교육청 앞 플래카드에는 사망한 교사를 추모하는 다양한 게시물들이 있었다. 근 200여개에 달하는 게시물 중 학생인권조례를 거론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즉 전교조 교사들은 사망한 여교사를 추모하면서도 그것을 학생인권조례로 몰고 가는 경향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위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학생인권조례 나아가 진보 교육감과 전교조 문제를 두고 민감한 사상적 대립이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서는 양자의 차이를 주로 민주화운동·인간관의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차이는 인간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좌파의 인간관은 첫째,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고 그에 기초하여 인간이 사회를 개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사회가 자본주의와 같은 사회적 관계로 공고히 구성되어 있어 인간의 발전을 위해서는 선차적으로 사회관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셋째, 사회관계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라는 적대적인 관계로 구성되어 있고 피지배계급의 노력으로써만 사회가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인간을 억압하는 사회적 속박만 사라지면 인간은 본성에 따라 건설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교를 위해 우파의 인간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우파의 인간관은 무엇보다 인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족한 인간이 인간관계와 사회를 완전히 개조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들은 부족한 인간이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발전·개혁이라 생각한다. 둘째, 사회가 적대적인 두 개의 인간으로 갈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셋째, 사회적 속박이나 구속보다는 그것과 무관한 인간의 독자성을 강조한다.


그럼 좌파의 인간관이 학생인권조례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살펴보겠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으로 학교에서의 계급과 피지배계급은 교사와 학생이다. 따라서 학생에게 가해지는 교사의 권위와 압박은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 가해지는 부당한 사회적 압박의 하나이다.


이 논리에 따라 교사의 권한과 책임이 체계적으로 하나 둘씩 해체되었다. 교사의 권한과 책임이 하나 둘씩 해체된 자리에 이기심 가득한 학생과 학부모가 들어섰다. 학생의 경우 그나마 사회화가 진행된 고등학생보다는 보다 정글 논리에 민감한 초등학생이 문제가 된다.


필자는 10년 차 수학 선생이다. 힘과 힘의 논리가 가장 극명하게 작동하는 곳은 초등학생이다. 초등학생이 순진하고 어릴 것으로 보는 것은 어른들의 대표적인 착각이다. 초등학생은 사회화가 덜 된 만큼 강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귀신같이 구분한다. 그리고 약한 자가 자신을 방어할 최소한의 무기도 없다면 매우 영악하게 행동한다. 초등학생은 남자보다는 여자, 나이가 든 교사보다는 나이가 어린 교사가 약자임을 알고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이번 사태에서도 교사 중에 유독 어린 기간제 여교사들이 문제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학부모들도 동일하다. 필자는 학원 선생이다. 학원은 시장 논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계약 관계를 단절하는 것으로 문제를 수습할 수 있지만 공교육이라는 허울을 둘러쓴 어린 교사는 문자 그대로 학부모의 갑질을 온몸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좌파 인간관의 결정적인 문제 중 하나는 교사로부터 학생들을 훈육할 수 있는 권한과 방법을 빼앗더라도 교사와 학생 또는 교사와 학부모 사이의 적절한 균형이 성립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것은 좌파 인간관이 가진 서민·민중은 선하다는 메시아적 신념과 연결된다. 그들은 적절한 힘과 권한의 배분이 아니라 자애로운 선생과 교사를 존경하는 학생 사이의 사랑과 우애가 넘치는 모습을 연상했을 것이다. 이런 순진한 생각 때문에 교사에게 권한과 수단을 빼앗아도 아무 일 없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비슷한 일이 군대, 남녀관계, 공권력과 시위대, 교도소 등에서 벌어졌다. 군인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군인을 통솔하는 지휘관의 권한과 수단도 절절히 보장되어야 한다. 여성의 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함께 여성들이 무분별한 행동을 했을 때 이를 제어할 수 있는 기제들이 살아 있어야 한다. 공권력과 시위대 사이의 관계도 그러하다.


서이초 교사의 사망은 교육 현장에 만연해 있는 일그러진 권력관계를 잘 보여준다. 교사들의 권한과 수단을 거의 송두리째 박탈한 어이없는 상황은 진보 좌파의 그릇된 인간관에 뿌리를 둔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2010년 진보 교육감과 함께 확산한 학생인권조례인 이유도 그러하다.


아마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교조·진보 교육감에 대한 도전과 의문들이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 귀결은 차기 교육감 선거로 귀결될 것이다. 아울러 선한 민중이라는 그릇된 신념에 기초하여 사회 곳곳의 권위와 전통을 허물어왔던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되어야 한다.

글/민경우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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