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이후 커피 원두 선물가격 하락세
커피업계 “커피 한 잔, 원두 비중 10%에 불과”
임대료‧인건비‧공공요금 등 여전히 부담요인 많아
편의점업계가 원두 국제 시세 안정화에 맞춰 커피 가격을 자발적으로 인하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는 가운데,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격 인하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제 원두가격은 이상기후 여파로 생산량이 줄고, 국제 운임료 상승 등이 겹쳐 지난 2020년 말부터 상승세를 지속해 왔다. 그러다 2022년 2월 최고가를 기록한 후 하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소비의 60~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2019년 1파운드(454g) 당 1.4달러 초반에서 2021년 말 2.4달러대로 치솟았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기준 아라비아 커피 9월 인도분 가격은 1.6달러까지 떨어진 상태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안정 차원에서 원두에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고 커피원두 수입 전량에 대한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있다. 스타벅스처럼 볶은 원두를 수입해 사용하는 업체는 부가세 면제 적용을 못 받지만, 생두를 수입해서 쓰는 업체는 올해 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편의점 CU는 9월부터 자사 브랜드인 ‘겟(get) 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엑스라지(XL) 사이즈 가격을 기존 2000원에서 1800원으로 200원 인하한다. 원두 공급가 변동에 따라 커피 가격을 낮춘 것은 편의점 업계에서 CU가 처음이다.
CU는 자체 마진을 축소하면서 원가 상승률 대비 가격 변동 폭을 최소화 하는 노력을 해왔다. 지난 4월에도 get 아이스 아메리카노 XL의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낮춘 바 있다. 이번이 두 번째 가격 인하로 지금까지 총 300원, 기존 대비 약 14%를 내리게 됐다.
경쟁사 GS25는 ‘특대형 원두커피’를 출시하며 용량당 가격을 낮췄다. 새 메뉴 ‘아이스아메리카노 점보’의 총 용량은 780㎖로 아이스아메리카노 라지(480㎖, 2100원) 대비 1.6배, 미디움(380㎖, 1800원)보다 훨씬 크다. 가격도 기존 제품 대비 100㎖당 가격이 30%가량 저렴하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GET커피의 경우 원두 산지의 업체와 사전 매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가격에 원두를 공급받아 가격을 유동성 있게 조정할 수 있었다”며 “커피 가격을 낮추고 고객 혜택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찾는 객수를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피 주재료인 원두 가격이 내리면서 편의점 판매가가 변동되자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커피 가격 인하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하루에 두 세 잔씩 커피를 마시는데, 요즘엔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 마저 가격을 올리고 있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커피전문점 브랜드들은 제조원가가 상승했다는 이유로 일제히 커피 가격을 올렸다. 스타벅스코리아를 시작으로 투썸플레이스, 할리스커피, 탐앤탐스, 파스쿠찌, 커피빈 등이 가격을 인상했다. 아메리카노(작은 사이즈 기준) 한 잔 가격만 4000~6000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서 커피 가격을 인하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두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에 불과해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두 외에도 원재료비 및 전기·가스비 및 물류비, 인건비 등 제반비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원유(原乳) 가격까지 인상이 확실시 되면서 10월을 기점으로 흰우유 등의 가격도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원윳값이 오르면 커피, 빵, 아이스크림 등 우유가 사용되는 식품 원가에 영향을 미쳐 가격이 상승한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관계자는 “최근 원두 선물가 하락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원두 가격 이외에도 다른 원부자재 및 인건비 증가로 인해 당장 가격을 인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피 제조 원가에서 원두가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해 커피값을 매번 원두 가격에 맞춰 인하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편의점의 경우 주력 판매 상품이 커피가 아니기 때문에 미끼 상품으로 커피를 할용하는 편의점 업계와 커피전문점과는 입장 차이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