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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김은경! 골라도 어떻게 이런 사람을


입력 2023.08.07 07:07 수정 2023.08.07 07:07        데스크 (desk@dailian.co.kr)

민주당 사람들이 사과하는 방식

교수는 철이 없는 사람들인가?

시누이 편지 보도 왜 머뭇거렸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은경 혁신기구(가칭) 위원장이 지난 6월 20일 국회에서 열린 혁신기구 1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DB

“저도 곧 환갑이다. 사실 노인 반열에 곧 있으면 드는데 교수라 철없이 지내서 정치적 언어를 잘 모르고, 정치적 맥락과 무슨 뜻인지도 아마 깊이 숙고하지 못한 어리석음이 있었다.”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노인폄하 발언’을 해명한답시고 한 말이다. 사과의 말이 아니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으니 그리 알고 이해하라는 뜻으로밖에 안 들린다. 그 자신도 이 말 끝에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말 철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여전히 교만을 털어내지 못한 탓인지 알 수가 없다.

민주당 사람들이 사과하는 방식

이게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화법이다. 잘못에 대해 솔직히 시인하고 사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말이 구구하다. 잘못했다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모호한 표현으로 얼버무리며 상황을 피해 간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말하면서 ‘아마’라는 유보적 표현을 쓰는 것 역시 화술(話術) 자랑인가?


마지못해 사과를 할 경우에도 당사자를 바로 대해서 하지는 않는다. 그 전형적 사례가 이재명 당 대표의 사과다. ‘형수 욕설’과 관련 유권자를 향해서만 사과했을 뿐 형수에게는 전화 한 통 했다는 보도가 없다. 조카의 살인 사건 변호를 맡아 ‘데이트 폭력’ ‘심신미약’ 등의 주장을 펴면서 감형을 주장한데 대해서도 사과라는 걸 하긴 했다. 그러나 찾아오라는 피해 당사자 측의 요구는 무시하고 유권자들에게만 고개를 숙였다. 참 희한한 사과 방법도 다 있구나 했는데 김 위원장이 그 기술을 배운 것일까?


비판 여론이 들끓자 지난 2일 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 이해식 조직사무부총장이, 3일에는 박광온 원내대표가 대한노인회 회관을 찾아 사과했다. 이 와중에 행사를 핑계 삼아 지방으로 갔던 김 위원장도 마지못한 듯 같은 날 오후 사과방문을 했다. 바로 찾아갔으면 모양이 좋았을 텐데 말재주를 부리며 미적거린 것이다.


사과에 앞서 늘어놓는 해명도 황당하다. 둘러대기로 넘어가려면 말이 꼬이게 마련이다. ‘교수라 철없이’라고 말해 전체 교수를 철부지로 만들어 버렸다. 철이 없는데다 정치적 언어를 잘 모르는 사람이 거대 정당의 혁신위원장 자리를 덥석 받은 건 또 뭔가. ‘정치적 맥락’을 모르면서 무슨 혁신을 하겠다고 한 것인지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체통을 잃기는 싫었는지 “이해하라”고 했다. 예의가 없는 건가, 말하는 법을 모르는 건가.


이 소동 속에서도 이재명 당 대표는 조용하다. 노인회 측의 ‘당 대표의 방문 사과’ 요구에 응할 것 같더니 여전히 ‘조율 중’인지 후속 기사가 없다. 이 선에서 눙치고 말겠다는 심산은 아니기를 바라지만 관련 기사의 ‘조율’ 운운하는 부분이 아주 눈에 거슬린다. 제1야당 대표로서의 위엄이 부각되는 방문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읽혀서 입맛이 쓰다.

교수는 철이 없는 사람들인가?

김 위원장의 설화(舌禍)는 ‘미래가 짧은 분들의 투표권에 대한 시비’로 빚어졌다. 지금은 스물두 살인 자신의 둘째 아들이 중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이었을 때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해?”라고 묻더라고 했다. 중학생으로서는 가질만한 의문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2030세대 청년 좌담회 참석자들을 상대로 이 말이 ‘대단히 합리적’이라고 한 김 위원장의 수준은 참담하다.


여명(남은 수명)에 비례해서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인데 물은 아들은 어려서 그랬다 하고 대학교수나 된다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맞장구를 친 것은 어이없다. ‘정치적 맥락’을 모르는 게 아니라 ‘정치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고백이나 다를 바 없다. 정치는 오늘의 문제와 과제에 대응한다. 미래를 앞당겨 오늘에 구현하기는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다. 물론 부모가 낳았다. 그렇지만 출산과 함께 자식들의 미래를 결정해 버린 것은 아니다. 부모는 그들이 미래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고 준비해줄 수 있을 뿐 그들 앞에 미래를 가져다 놔 주기는 불가능하다. 오늘이 없이 미래가 있을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바통터치를 해가면서 미래로 나아간다. 바통을 넘겨 줄 사람이 있으니까 받을 사람도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더 큰 착각은 투표자들의 연령이 정치의 미래를 좌우한다는 사고방식이다. 투표권은 후보 가운데 누군가를 선택하는 권리일 뿐이다. 정책결정은 선출된 공직자들이 한다. 젊은 사람들이 그 일을 맡는 게 순리라고 믿는다면 후보의 연령을 20~30대로 제한하라고 주장해야 논리에 맞다. 선출공직자가 아닌 투표자의 연령을 왜 따지는가?


그게 김 위원장의 소신이라면 당장 내년에 환갑이 되는 이 대표, 그 한 살 아래인 자신을 비롯해 나이든 사람 모두를 정치 현장에서 추방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일이다. 젊은 사람들로만 정부와 의회와 법원을 이끌어 가면 당장 그날로 미래가 이 땅에 구현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런 혁신안을 내놓을 것인가?

시누이 편지 보도 왜 머뭇거렸나

김 위원장을 혁신위원장으로 뽑은 사람은 이 대표다. 이런 사람을 다른 자리도 아니고, 혁신위원장 자리에 앉혔으면 그의 언행과 정치적 인식에 대한 책임을 져야 옳다. 어떻게 이런 ‘철없는’ 인사더러 거대정당의 ‘혁신과제’를 맡겨 사회적 논란과 갈등을 부추기고 노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길 수 있는가. 도대체 김 위원장이 어떤 혁신안을 만들기를 기대하는가.


민주당의 혁신이라면 거창하게 혁신위원회를 만들 필요도 없는 과제라고 본다. 이 대표의 위상과 권력을 상식선으로 되돌려 놓으면 된다. ‘이재명과 개딸들의 당’에서 ‘민주적으로 작동되는 당’으로 바꾸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 시끄러운 것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공천권 사유화 우려 때문이 아니던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불체포 권리를 내려놓겠다고 천명했다. 법원에 나가서 영장실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이 말의 진정성이 당 운영과정에서 확인된다면 ‘김은경 혁신위’ 같은 게 소용될 까닭이 없다.


“확실한 건, 민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과 온정주의로 국민과 멀어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게 ‘상식이 지배하는 정치’다. 이보다 더 확실하고 쉬운 혁신안이 달리 있을 것 같지 않다. 8일 발표가 예정된 ‘김은경 혁신안’이 대의원제를 사실상 폐지하는 안이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던데, 그런 식으로 일을 벌여 또 당내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을까? 김 위원장이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도 한심한 노릇이고….


펜앤드마이크 등 일부 언론에 실린 ‘김은경 시누이의 편지’라는 건 또 뭔가? 소위 ‘메이저’라는 매체들이 이에 대해 침묵하다가 뒤늦게 별로 눈에 띄지 않게 편집하거나 김 위원장 측 반박을 앞세워 보도한 까닭이 의아하다.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취재를 계속해 가는 가운데 밝혀질 것이다. 이렇든 저렇든 원내 제1당 혁신위원장의 인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자료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가 없다. 대중매체들은, 자신들이 금과옥조로 내세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취재 보도했어야 옳았다.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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