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9월 4일' '9월 셋째 주'
소환 조사일 두고 세 차례 신경전
양측의 주도권 싸움으로 해석돼
결국 11~15일 중 조사 가능성 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찰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관련 소환 일정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최초 통보일은 '8월 30일'이었지만, 양측이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인 끝에 결국 이 대표가 밝힌 '정기국회 본회의가 없는 주간', 즉 오는 11일부터 15일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표와 검찰의 기싸움은 8월 23일 해당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이 대표에게 "8월 30일에 출석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 대표는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면서도 "검찰은 다음 주에 조사를 희망하고 있지만,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 내일(8월 24일) 오전에 바로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곧바로 "예정된 수사 및 재판 일정을 고려해 오늘 이 대표 측에 유선과 서면으로 8월 30일에 출석을 요구했다.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며 이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닷새 뒤인 8월 28일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는 8월 30일은 현장최고위원회의 등 이미 예정된 일정으로 인해 출석이 어렵다고 밝혔다. 또 9월 둘째 주에는 국회 대정부질문, 넷째 주에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는 만큼 본회의가 없는 주간인 셋째 주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이를 비판하면서, 이 대표에게 9월 4일 출석을 요구했다. 당시 수원지검은 "수사 및 재판 일정을 고려해 1주일 여유를 두고 이 대표 측에 8월 30일 출석을 요구했으나 국회 비회기 중임에도 출석을 거부하고 9월 11일~15일 중 출석하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며 "4일 출석할 것을 유선과 서면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돌연 '4일 오전에만 조사를 받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대표는 지난 1일 강선우 대변인을 통해 오전엔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국제공동회의에 참석해야 하니, 오전에만 조사를 받고 추후 재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다시 검찰은 '두 시간 만에 조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며 4일 장시간 소환 조사 입장을 고수했고, 민주당은 "검찰이 원하는대로 조기 출석 의사를 밝혔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건 검찰이 진실을 밝히는 것에는 관심 없고 오직 정치 수사로 이 대표와 민주당에 흠집을 내겠다는 의도 외에는 다른 해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세 차례에 걸친 줄다리기를 두고 양측이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제1야당 대표로서 현 정부 검찰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고, 검찰 입장에서는 피의자에게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김기현 "어느 국민이 오전 조사 특권 있나"
정성호 "방탄 단식?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수사받으러 가는 것이지 나들이 소풍을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느 국민이 '2시간만 조사받고 나오겠다'라고 할 수 있는 특권이 있는지 (이 대표) 스스로 잘 돌아보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또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을 두고도 "실체적 진실 앞에 위축된 쫄보 행보"라고 지적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2일 논평을 통해 "이번 단식은 자신의 사법적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이 대표가 정쟁화라도 시켜 볼 요량으로 개딸들을 결집하기 위한 '내수용 단식'에 불과하다"라며 "이 대표에게 고언드린다. 간헐적 단식으로 속을 비우는 것보다 실체적 진실 앞에 마음을 비우는 것이 낫지 않겠나"라고 비꼬았다.
여당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 친명(친이재명)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 대표를 엄호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1일 KBS라디오 '라이브'에서 '방탄 단식'이라는 지적에 대해 "단식한다고 해서 검찰이 소환 안 하겠나. 안 갈 수 있겠나. 나 단식하니까 못 간다 할 수 없지 않나"라며 "분명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단식은 단식이고 수사는 수사'라 이야기했다"라고 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 대표가 이미 오래 전부터 런던협약 의정서 관련 국제회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거 때문에 조금 뒤로 미뤄달라고 하는데 검찰이 4일에 꼭 나오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백현동 사건이나 쌍방울 사건을 갖다가 1년 넘게 들여다봤다. 달라진 게 없다. 그런데 8월 한 달 그냥 다 보내고 9월 정기국회 시작돼서 바빠지니까 이때 오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