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만류 이어지지만 중단 여부 즉답 안해
정청래 "검찰 두번째 소환 조사에 스트레스"
천준호 "외부 의료진 소견은 중단 바람직"
단식 14일차에 접어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에도 불구하고 중단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당내에는 '민주당이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을 공식화하면서, 이 장관이 물러난 것'라는 기류가 만연한 만큼,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에 당 차원의 대대적 만류가 이어졌지만, 이 대표가 '쓰러져야만 끝난다'라는 기존 출구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13일 단식 장소를 국회본청 앞 천막에서 본청 앞 당대표실로 옮기며 단식을 이어갔다.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체력이 더 저하됐지만, 농성 장소를 옮긴 것인즉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는 것이 당의 설명이다.
당 관계자들은 현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의지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이 대표는 몸 상태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단식이) 14일차, 2주일에 접어들어서 건강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고 기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내로 단식장을 옮기는데, 주로 누워계시고 앞으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찾아온 인사들을) 접견하면서 (단식 모습을)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 대표의 최고위 불참과 관련 "하루빨리 단식을 멈추길 바란다"라고 촉구하면서 "당대표가 오늘로 14일차 단식 중이다. 단식 중 가장 해로운 것이 스트레스인데, 어제 검찰에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참석 대신 입장문을 내서 "민주당이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려 하자 이종섭 장관이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며 "그간 장관을 해임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요구를 묵살해온 대통령은 이제야 수용할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대표가 단식 명분 중 하나로 내걸었던 내각 쇄신과 관련해 '이 대표의 탄핵 요구에 따라 이종섭 장관이 물러났다'며, 당내 일각에서는 장기화된 단식 중단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 27분쯤 당대표실의 문이 열리자, 이 대표는 붉은 얼굴색을 띤 채 앉아있는 모습을 보였다. 기력이 쇠한 듯 멍하니 바닥을 보는 모습도 반복했다.
이 대표는 단식장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하는 당내 인사의 우려에도 단식을 이어가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방문객들을 접견하면서 "(개각에서) 대안으로 제기된 분들이 아주 훌륭한 분들이시더라"라고 짧게 비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들의 방문과 당내 의원 모임 '더좋은미래',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의 접견이 순차적으로 끝나자, 바닥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후 당내 김근태계 모임인 민평련(경제민주화와 평화통일을 위한 국민연대) 소속 의원들이 방문하자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체력이 저하된 모습은 역력했다.
이 대표를 찾은 서영교 최고위원은 "몸이 상할까 제일 걱정이다. 국민이 걱정이 너무 많다"라고 했다. 뒤이어 이 대표를 찾은 의원들도 "더이상 하면 안될 거 같다"라는 요청을 이어갔다. 일부 의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한 이날 이 대표의 신체와 관련, 당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은 "저체온증 등으로 인한 신체 기능 저하 증상을 보이고 있다. 7일째 검사에서부터 전해질 불균형이 보이기 시작했고, 어제부턴 부정맥 빈도가 많아지고 있다"라며 "체중 감소도 상당해 이후부턴 모니터링을 더 자주 시행할 예정이고, 외부 의료진 소견은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는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실을 찾은 의원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는 등의 모습은 보였으나 단식 중단 여부에 대해서는 즉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정부의 실정이) 멈추거나 그럴 가망이 있으면 (단식을 중단)해보겠는데, 폭력적으로 모든 것을 억압하려 한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