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권 대통령' 모든 자취 따라간 김기현
"대단합 위해 대동단결하도록 힘 모아야"
당내선 "'보수 대통합' 환영" 메시지 등장
일각선 "마무리 후 국민 대통합 길 찾아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예방하는 행보를 통해 내년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보수 빅텐트' 완성에 대한 운을 띄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권에서 탄생한 대통령의 업적과 자취를 따라가는 행보를 강조하면서 혹여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보수층을 하나로 통합하자는 메시지를 당 안팎으로 전달했다는 분석이다. 당 안팎에선 이 같은 행보에 대한 환영의 의사와 함께 보수층에만 머물지 않고 외연을 확장하는 추가적인 통합의 모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함께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환담을 나눈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보수가 대단합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힘을 모아야 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가진 많은 경험이나 영향력을 함께 대동단결하도록 모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이날 예방의 초점은 '보수 통합'에 맞춰져 있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회동이 성사되기 전에 "우리나라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고 그 유산을 이어받았다고 평가 받는 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김 대표가 이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을 만나겠다는 것 자체가 의도했든 아니든 보수적 신념을 가진 여론을 향해 통합의 메시지로 읽힐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직·간접적으로 보수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김 대표는 "내가 당대표가 된 이후로 우리 당 출신의 역대 대통령을 찾아뵙고 또 돌아가신 분들 경우엔 흔적을 찾아가면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보수당의 자취와 당의 뿌리를 재확인했고,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찾아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와 박물관도 찾아갔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도 찾아가면서 그분들이 이뤄왔던 많은 성과들 되짚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연전연승의 선거 승리를 이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과에 대해서도 같이 의견을 나누며 환담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오늘의 번영된 나라로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여를 했던 것도 되짚어보며 지도자 한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바꿀 수 있는지,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했다. 이를 통해 김 대표가 보수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메시지를 낸 것은 물론 향후 국민의힘이 나아가야 할 길이 과거 전통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김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 박 전 대통령을 찾아뵙는다'고 했더니 '만나뵈면 한 번 모시고 싶다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해드렸더니 (박 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며 윤 대통령과의 회동을 성사시켰다는 점도 강조했다. 구 권력과 현 권력의 접점을 만들어 진영의 대통합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피력된 표현이라는 분석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가 치열해지는 시점에 윤석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나게 된다면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분명히 가져올 것"이라며 "보수층 본류의 상징성과 현직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합쳐진다는 그림이 그려지고 이를 통해 정책이나 메시지 등에서 소구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여론에도 분명히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 안팎에서도 이날 김 대표의 행보가 보수세력 규합에 맞는 메시지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당연히 뵈었어야 하는 분을 뵌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보수의 상징과 같은 분이다. 그런 분과 함께 통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분명히 여론이 모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는 와중에 김기현 대표가 취할 수 있는 행보 중에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행보는 가장 좋은 선택"이라며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하고 검찰 수사를 받는 등의 국면을 전환해서 김 대표가 좀 더 국민들에게 설득력 있는 행보를 보여주려 한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강조한 보수 대통합은 전 대통령들의 움직임과 맞물려 '보수 빅텐트'로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박 전 대통령에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조금씩 보폭을 넓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두 전직 대통령이 보수세력을 규합하는 고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보수 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이미 던져 놓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이를 마무리하고 중도층 흡수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미 김 대표는 전날 한국의희망을 창당한 양향자 의원을 만났고,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등 야권 출신 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하는 등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호남 출신 전문가들과 민주화운동 유가족 등 각계각층과의 접촉면을 넓혀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신율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징성은 충분하지만 본인이 정치 개입에는 선을 확실히 긋고 있는 만큼 그 상징성이 영향력으로 이어지는 것 역시 일정 부분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보수 통합을 빨리 마무리 짓고 대통합으로 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더 큰 의미에서의 빅텐트를 만드는 게 앞으로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