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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요정 박혜정, ‘한국선수 최초’ 세계선수권 금 싹쓸이 후 남긴 말[인터뷰]


입력 2023.09.17 10:16 수정 2023.09.17 12:32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금메달 3개 박혜정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스무 살 어린 선수의 세계선수권 3관왕 쾌거

‘합이 셋’ 박혜정(오른쪽)이 자신을 고양시청으로 영입한 최종근 감독과 금메달을 나눠 걸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 대한역도연맹 제공

스무 살 ‘역도 요정’ 박혜정(20·고양시청)이 세계 시니어무대에서 기적을 일궜다.


여자 최중량급 박혜정이 17일(이하 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2023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 리원원(23)의 금메달이 당연시 되는 가운데 한국 박혜정·손영희가 은메달을 놓고 자국 내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나온 쾌거다.


지난 4일 개막해 17일 폐막한 이번 세계역도선수권에서 박혜정은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4㎏·용상 165㎏·합계 289㎏으로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올림픽에서는 합계 부문에만 메달이 주어지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인상·용상·합계 부문에도 메달이 걸려 있다.


세계선수권 여자 최중량급에서 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박혜정이 최초다.


이로써 박혜정은 ‘제2의 장미란’이라는 수식어를 능가하게 됐다. 4차례나 세계선수권 챔피언을 차지했던 역도 영웅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쓰지 못 했던 기록을 이제 스무 살이 된 박혜정이 해낸 것이다.


박혜정은 경기 직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절실히 다가왔던 것 같다. 이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전국체육대회를 통해 더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 응원해 주시는 모든 분들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감사하다”라고 금빛 소감을 밝혔다.


금빛을 일군 사람들. 하나의 금메달 뒤에는 함께 노력한 많은 이의 땀이 서려 있다. ⓒ대한역도연맹 제공

대표팀 전용성 총감독은 “기본에 충실한 박혜정 선수가 아직은 기술적인 부분이 다듬어지지 않아 기본을 중점으로 훈련에 매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특급 유망주’지만 시니어무대에서는 어린 아이나 다름없는 박혜정인 만큼 기술까지 보완해 나간다면 향후 발전가능성이 더욱 큰 선수라는 해석이다.


최종근 고양시청 감독(현 대한역도연맹 전무)은 “우승이 유력했던 중국 리원원 선수가 인상 1차 시기 130kg을 실패하고 2차 시기에 도전했으나 역시나 실패한 뒤 3차 시기를 기권했다. 인상 124kg의 박혜정 선수가 금메달 확정했다. 용상 종목은 미국 선수와 금메달을 놓고 경쟁했는데, 박혜정 선수가 3차 165kg을 성공하자 미국 선수는 166kg에 도전했지만 실패, 박 선수의 인상 금메달이 확정됐다. 이로써 박혜정 선수가 인상, 용상 종목에 합계까지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설명하면서 “아직 어린 나이에 시니어무대에 올라 경쟁한다는 게 심적으로 큰 부담이 됐을 텐데,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콜롬비아) 참가 경험을 바탕 삼아 설욕을 펼쳤다”고 말했다.


고은화 대한역도연맹 홍보이사는 “박혜정 선수가 폐막일 당일, 한국 역도의 성과를 멋진 피날레로 장식했다. 전용성 총감독님, 평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여자대표팀 선수들의 역량을 메달권으로 상승시킨 박종화 코치님, 트레이너 선생님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박 선수가 차분하면서도 좋은 모습으로 경기를 하더라. 좋은 결과까지 거둬서, 모두가 함께 뜨겁게 기뻐했다”고 말했다.


밝은 에너지와 귀여움이 가득한 역도 요정 박혜정은 세계선수권에서 충전한 자신감을 안고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다시 한 번 금빛 사냥에 나선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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