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오늘 9·19 공동선언 기념식 참석차 상경
단식 종료 기회로 文-李 만남 가능성 주목
친명계 "文도 李 만나 '몸 구하라' 말할 것"
단식 중 병원으로 이송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상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한다는 의지에 따른 것이라는 게 당의 설명이다. 당 지도부의 설득에도 이 대표가 단식을 지속하면서, 19일 서울을 방문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찾아 직접적으로 단식을 만류할지 주목된다.
1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섬망 증세 등을 보여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조치를 받고 녹색병원으로 옮겨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녹색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몸 상태에 대해 "위급한 상황은 넘겼지만 아직 기력을 회복하지 않았다"며 "환자 개인정보인 점을 고려한 의료진에게서 이 대표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건강 악화에도 병원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한 대변인은 "이 대표는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폭주하는 정권에 제동을 걸기 위해 자신이 앞장서야 한다는 의지"라며 "최소한의 수액 치료 외에는 일체 음식 섭취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도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병원 측에서는 수액치료와 동시에 음식물 섭취를 반드시 해야되는 상태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이 대표는 병원에서도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음식물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의원들에게 (의원총회에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 방식과 같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단식 중 8일 만에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병원에서 링거를 맞으며 23일간 단식을 이어간 바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서 "곡기를 끊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단식"이라며 "김 전 대통령도 병원에 가서도 음식 섭취를 거부했다. 그래서 단식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 단식 중단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설득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두관·김정호·민홍철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경남도당 지역위원장들이 이날부터 동조 단식에 들어가겠다고 밝히며 이 대표의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서는 민주당 소속 의원 전원이 이 대표 단식 중단을 결의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의 병문안이 이 대표 단식을 멈출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행사준비위원회 측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여의도에서 예정된 9·19 평양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토론회와 오후 5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의 기념식으로 치러진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하면서, 이 대표가 입원 중인 병원에 방문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관측이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문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기정사실화하며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 대표 단식 농성장에) 대한민국 모든 지도자가 다 왔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정부 관계자들 빼고 그동안 독재와 싸웠던 시민단체와 정치 지도자들이 다 왔다"라며 "문 전 대통령도 내일(19일) 이 대표를 만나서 이 대표가 왜 그랬는지 한 번 더 대화도 나누고 '몸 구하라'고 말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19일에 서울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 대표의 병문안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이 병문안을 가도 메시지, 가지 않아도 메시지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가는 방향이 낫지 않겠냐는 것으로 논의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문 전 대통령 측과 당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의 이 대표 병문안 가능성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찾는다면, 이 대표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오는 21일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계파를 떠나 지지층 결집과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는 셈이라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찾아 단식을 만류하는 그림이 만들어진다면, 비명계에 '분열하지 말고 결집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 때문에 친명계도 문 전 대통령의 병문안을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