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유가 상승에 국내 소비 제약 우려
중동 분쟁 확대 시 내년 경제 성장 발목
여러 대외 리스크, 경제 회복 부정적 영향
하반기 들어 회복 조짐이 보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전쟁이 발발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이 최대 변수로 꼽혔기 때문이다.
이번 이-팔 전쟁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경제에 성장 전망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수출 개선 및 반도체 업황 회복 등으로 반등 조짐을 기대하는 정부 입장에서 적잖이 곤란스러운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대부분 품목에서 수출 감소 폭이 축소하면서 최근 우리 경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생산 일부가 회복했고 생산 감소 폭도 크게 줄었다. 평균가동률도 반등하면서 제조업 부진을 완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4.4%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게 집계됐다. 무역흑자도 37억 달러 규모로 최근 2년 내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율을 이어 나갔고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26억 달러로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 실적을 보였다. 수출물량 역시 수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1년 전보다 0.3% 증가했다.
4분기 시작인 10월 수출도 감소세로 시작했지만 하루평균 수출액은 늘어 수출 플러스 기대감을 높였다.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10월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액은 116억 달러로 1년 전보다 1.7%(-2억 달러) 감소했다. 반면,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수출액은 25억7000만 달러로 9.2% 늘었다.
문제는 하반기 회복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될 수 있는 새 리스크다. 이-팔 전쟁이 중동 분쟁까지 확산한다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과 함께 경제 성장 기반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KDI도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등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한 소비자물가 상승 폭 확대가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당장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물가도 덩달아 오르게 된다. 산업계 역시 직접적으로 원가 부담이 가해지는 만큼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물가는 잡고 성장률은 높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 국제 유가 상승 여부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이러한 리스크가 내년 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국제통화기구(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내년 성장률을 2.2%로 0.2%p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0%에서 2.9%로 0.1%p 낮춘 것보다 우리나라 하락 폭이 더 큰데 이는 중국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여기에 이-팔 전쟁이 중동 분쟁으로 번진다면 중동에서 원유 67%와 가스 37%를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썬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러한 새 리스크가 유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향후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 양상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과거 중동 분쟁 사례를 토대로 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상황별 대응계획 재점검을 지시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24년 한국 경제 전망을 통해 “현재 여러 대외 리스크가 한국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대외 모니터링 강화는 물론이고 대외 리스크 현상과 진행 방향 및 전망에 관한 적절한 시장 소통을 통해 정책 어나운스(발표) 효과를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