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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분쟁과 부산 엑스포의 고차 방정식…총리실은 '신중'


입력 2023.10.15 06:00 수정 2023.10.15 06:0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이·팔 분쟁, 부산 유치에 승산 더하는 요소?

40일간 중간지대 포섭 '분위기 굳히기' 관건

총리실, 말 아끼며 유치 최전선서 '전력투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사우디 등이 뛰어든 2030세계엑스포 유치전이 새 국면을 맞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합뉴스

11월 28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발표일이다. 대한민국 부산·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이탈리아 로마 3파전으로 유치 경쟁이 압축된 가운데, 엑스포 유치전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국무총리실이 이·팔 분쟁을 놓고 신중하게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와 연관성이 아주 없을 수야 없겠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생긴 국제적 위기를 놓고 주판알을 튀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외교적으로 적절치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만약의 유치 불발 가능성도 염두에 둔 '치밀한 신중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 왕세자 '팔레스타인 공개 지지'서 점화
韓, 프랑스 파리 파빌리온 가브리엘 심포지엄
재계도 가세…부산, 막바지 전력 질주 관건


시작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가자 지구 인근을 중심으로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를 기습 침공했다. 이스라엘 측은 즉각 맞대응해 분쟁 상황은 확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격화하는 등 확전(擴戰) 우려도 있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분쟁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유는 최근 논란이 된 사우디 왕세자의 발언이다.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 국가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사우디와는 대척점에 서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5개국은 지난 9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로 규탄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위한 1차 투표에서 만약 이탈리아 로마가 탈락하고 부산과 사우디 리야드가 맞대결하는 상황이 온다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개최지 결정 투표 때 사우디를 찍을지 다시 한 번 고심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총리실의 부산 엑스포 유치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8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유럽 4개국 순방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난 9일과 10일 이틀은 프랑스 파리에서 '왜 한국? 왜 부산?'이라는 주제의 2030 부산세계박람회 공식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한덕수 총리는 드미트리 케르켄테즈 국제박람회기구(BIE) 사무총장과 유치 도시 투표를 진행할 각국 대표에게 유치 교섭 활동 총력을 쏟아부었다.


재계에서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 위원장, 하범종 LG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황진구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등 20여 명의 기업인이 가세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도 힘을 보탰다. 부산 홍보에 막판 총력 드라이브를 건 셈이다.


총리실, 섣부른 시그널은 'NO'
유치 실패시 총선 영향 우려도
신중론 견지하게끔 하는 요인


다만 총리실은 전형적인 대외 변수와 엑스포 유치 가능성을 연관 짓는 건 섣부르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 관건은 남은 40여 일 동안 어렵사리 잡은 분위기 굳히기다. 지지 표명은 유보한 채 향방을 살펴보고 있는 중간 지대 회원국 설득에 박차를 가하면서, 로마 이탈표 흡수와 사우디의 인권 논란 변수에도 유연한 전략이 요구된다.


게다가 역대 투표 1차 라운드에서 최다 득표한 국가가 개최권 획득에 실패한 사례가 없었던 전례를 보면 남은 시간은 부산에 결정적 고비다. 이 기세를 이어 어떻게든 1차 투표 1위를 놓쳐선 안되는 상황에서, 외교적인 분쟁 하나를 결과와 연결 지어 유불리를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이다.


한 관계자는 "대대적 침략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긴 상황이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며 "대외적인 영향을 주시하고는 있겠지만, 공식적으로 해당 부분에 대해 검토하기 쉽지 않다. 연관 짓기에는 고차원적"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다른 관계자도 "엑스포는 본질적으로 외교전이다. 국내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결과를 예측할 수도 없다"면서도 "총리가 엑스포에 '올인'하는 상황은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동범위 내에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극도의 신중함을 바라보는 또다른 해석론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판세를 뒤집기 위한 기대는 녹아있을 것"이라면서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의 쓴맛을 본 상황에서 만에 하나 11월 28일 부산 엑스포 유치마저 실패한다면 총선에 영향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한덕수 총리는 실세형 총리는 아니다. 섣불리 긍정적인 사인을 낼 수도 없다. (신호를) 준다면 사람들이 기대할 것이고, 만약 유치를 못했을 때의 실망 또한 커질 것"이라며 "아주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는 데에는 이와 같은 이유도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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