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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부러운데… 현대차, 노조 입김 피해 '온라인 실험'


입력 2023.11.21 12:15 수정 2023.11.21 12:18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내년부터 아마존서 현대차 차량 판매

일본서는 전 차종 100% 온라인 판매 중

해외서 온라인 판매 경험 쌓는 현대차

국내에선 노조 단체협약 가로막혀

(왼쪽부터) 아마존 글로벌 기업 비즈니스 개발 담당 마티 말릭 부사장과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호세 무뇨스 사장이 파트너십을 발표하고 있다.ⓒ현대자동차

테슬라가 주도한 100% 온라인 판매 체제를 멀찍이 바라만 보던 현대자동차가 해외 시장에서 실험에 나섰다. 지난해 재진출한 일본을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미국 종합 쇼핑몰 아마존에서 최초로 자동차를 판매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안하는' 게 아니라 노조 반대에 부딪혀 '못하는' 영역인 만큼, 노조 눈치에서 자유로운 해외에서 기회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아마존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내년부터 아마존에서 자사 차량을 판매한다.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첫번째 자동차 브랜드다. 모델과 옵션 선택부터 결제까지 모두 아마존을 통해서 할 수 있다. 아마존을 통해 온라인 판매 인지도를 높이면 오프라인 딜러사에서도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현대차는 아마존에서 차량 선택부터 수령까지 구매 전 과정이 가능한 최초의 자동차 회사로, 이는 현대차가 아마존과 함께 고객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속 추진하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3년 만에 재진출한 일본 시장에서도 온라인 판매 전략을 펴고 있다. 순수 전기차와 수소차만 판매하고, 판매 채널은 100% 온라인이다. 오프라인 전시장은 판매 용도가 아니라 차량을 구경하는 쇼룸과 구매후 인도받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테슬라가 시작한 100% 온라인 판매 체제가 성공을 거두며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로 번지고 있는 만큼, 현대차 역시 온라인 판매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을 통한 자동차 판매는 전세계 자동차 업계의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국 지리그룹 산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100% 온라인 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고, 전통 자동차 업체인 혼다도 올 초부터 100% 온라인 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벤츠 역시 전세계 시장 판매 구조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차량을 판매하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단연 비용 절감이다. 한 국가에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 수천개까지도 운영되는 오프라인 판매점이나 딜러망을 유지하기 위한 인건비, 인센티브 등 각종 비용을 온라인 플랫폼 하나로 덜 수 있게 된다.


또 온라인에서 명시된 가격으로 구매해야하는 만큼 제조사 차원에서 가격을 통제할 수도 있다. 인건비 부담 없이 소비자가 365일, 24시간 언제든 차량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온라인 판매 관련 노하우와 데이터를 쌓을 필요성이 커졌지만, 현대차가 굳이 아날로그 성격이 짙은 일본과 미국 시장을 택한 것은 국내 시장에선 사실상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 시장이 갖는 시장 성격이 온라인 판매에 적합하기 보다는 국내에서 시도가 어려운 만큼 온라인 판매 테스트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 캐스퍼 온라인 구매 페이지. ⓒ현대자동차 홈페이지 캡처

실제 국내에선 온라인을 통해 현대차의 차량을 구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조와의 단체협약에 '국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판매방식은 노조와 협의한다'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판매직 조합원들의 고용안정 보장을 이유로 사측의 온라인 판매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유일한 현대차의 차량인 캐스퍼마저도 초기 온라인 판매와 관련해 노조의 거센 반발을 받아내야 했다. 다만 캐스퍼의 경우 현대차와 광주시가 합작한 GGM에서 위탁생산된다는 점에서 단체협약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는 캐스퍼가 아닌 현대차 노조의 손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차량은 단체협약에 저촉돼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대차가 온라인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없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국내 도입은 어렵지만 온라인 판매의 이점이 확실한 만큼, 현대차는 노조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 한해 앞으로도 온라인 판매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론칭한 인증중고차 사업에 100% 온라인 판매 체제를 도입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시장을 철수하고 온라인으로 판매채널을 재정비하는 것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숙제처럼 여겨지고 있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점유율이 90%를 넘는 국내시장은 현대차·기아가 온라인 판매를 하기에 최적화된 시장임에도 노조 반발이 심해 테스트 조차 해볼 수 없는 상황이고, 다른 시장을 통해 온라인 판매 경험을 갖고 노하우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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