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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당분간 과거 영광은 누리기 힘들겠지만 [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12.11 06:00 수정 2023.12.11 06:00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철강산업, 경기침체·각국 환경 정책 등으로 '사양길' 접어들어

'전방산업 부진'으로 포스코·현대제철 수익성 갈수록 위축

'신사업 투자'로 새로운 먹거리 찾아 '캐시카우' 확보해야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산업의 쌀.’ 한 때 이 명칭의 주인은 철강이었다. 하지만 이 영광스런 명칭은 반도체로 넘어간 지 오래고, 이제는 배터리가 새 주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철강산업이 이 명칭을 되찾긴 힘들어 보인다.


글로벌 산업 패러다임 변화, 후발국들의 추격에 따른 레드오션화, 각국의 환경규제는 철강산업의 사양화를 부추기는 불가피한 흐름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단기 악재까지 철강산업을 뒤덮고 있다. 국내 철강을 대표하는 기업 포스코그룹만 봐도 철강산업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던 철강사업회사 포스코의 올해 영업이익은 2조원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고됐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9% 하락한 1조6166억원이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한 수치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2834억원이다.


예전이었다면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업황 사이클이 상승세로 전환할 때까지 원가 절감 등으로 잘 버티면 될 일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암울하다. 철강산업 종사자들은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성장세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입 모아 말한다. 업황이 나아지면 약간의 회복세를 보일 수 있겠지만, 철강 산업의 전성기가 돌아오길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친환경 철강 시대’를 향해 수소환원제철, 친환경차 전용 강판 등 시대 흐름에 맞는 다양한 제품 개발에도 나서고 있지만, 철강산업 자체의 사양화라는 근본적 변화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과거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축한 고로를 비롯한 철강설비는 여전히 상당한 이익을 창출해 내는 ‘캐시카우’다. 신사업에 투자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낼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는 의미다.


포스코그룹은 ‘친환경 미래 소재 대표 기업’이란 타이틀을 앞세우고 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사장은 임직원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이제 그룹의 핵심은 ‘철강’보다도 ‘배터리 소재’라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5년여간 비철강 신사업 부문을 성장시켜왔다. 그의 다음 사령탑으로는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을 지휘했던 권영수 전 부회장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현대제철은 연말 인사에서 ‘정통 철강맨’이라 불리던 안동일 사장이 임기 약 1년을 남겨두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그룹 재무통인 서강현 현대자동차 최고재무총괄(CFO)이 새 수장으로 등극했다.


국내 철강산업을 이끌어온 두 기업의 움직임을 보면 철강업계의 다음 스텝은 명확해진다. 철강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산업의 쌀’의 영예를 되찾아야 한다.


1960년대부터 대한민국 산업을 이끌었던 철강산업의 역사에서 반세기를 지나는 현 시점에 기록될 단어는 ‘종말’이 아닌 ‘전환점’이어야 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발 빠른 대응과 움직임으로 ‘제2의 부흥기’를 맞이할 날을 함께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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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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