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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새 부대에 담은 ‘새 술’ 내놔야 [기자수첩-정책경제]


입력 2023.12.11 07:00 수정 2023.12.11 18:19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출범 앞둔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안 풀리는 경제, 정책 전환 고민해야

1기 경제팀 답습만으론 위기 못 넘겨

‘최상목’표 정책으로 새롭게 접근해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모습. ⓒ연합뉴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는 말이 있다. 썼던 술통은 아무리 씻어도 전에 담아뒀던 술 향이 뱄기 마련이다. 그런 통에 새 술을 담으면 향과 맛이 변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오래된 술통은 발효한 술이 팽창해 터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새로 담은 술은 깨끗한 새 술통에 담으라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한다. 1기 추경호 호(號)가 윤 정부 경제정책 밑그림을 그리고 뼈대를 세웠다면, 2기 경제팀은 줄기를 만들고 살을 채워야 한다.


2기 경제팀 수장을 맡은 최상목 후보자는 1963년생 서울 출신이다. 오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행정고시 29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실장 등을 거쳤다.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대통령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에 이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를 맡기도 했다.


약력만 봐도 최 후보자를 ‘정통관료’, ‘실무형 관료’라 표현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제부처와 금융권(농협대 총장)에 종사한 경험 등으로 거시경제와 금융정책 전문성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는 평이다. 기재부 내에선 오랜 시간 몸담은 실무 경력 탓에 호흡도 잘 맞을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최 후보자는 정통관료라는 이미지 때문에 정치력이 다소 미흡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치인 출신 추경호 부총리와 비교되는 측면이다. 추 부총리는 재임 기간 직원들을 관리하거나 기자들을 대하는 데 비교적 능숙했다. 기재부 일을 잘 알기 때문에 얻은 자신감과 재선의 정치 경력을 바탕으로 큰 논란 없이 조직을 이끌었다.


추 부총리가 펼친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공과(功過)가 엇갈린다. 현재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추 부총리표 정책이 기대한 만큼 결과를 얻었다고 말하긴 힘든 게 사실이다. 한편으론 정책이란 게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그리는 장기 계획이기 때문에 추 부총리표 경제정책을 실패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시 술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최 후보자는 새로운 술이다. 정확히는 새 술(정책)을 만들어 낼 사람이란 표현이 맞겠다. 기존 추경호 부총리가 빚어온 술과는 다른 방법과 재료로, 다른 맛의 술을 만들어야 하는 책임자다.


최 후보자는 추 부총리가 짜놓은 정책 틀 안에 갇혀서는 안 된다. 그 틀에 갇혀버리면 최 후보자가 새로 빚을 술이 빛을 보기 힘들다. 추 부총리가 만든 술을 대신해 최 후보자는 다른 맛과 향이 나는 술을 담아야 한다.


지난달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16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수출액이 두 달 연속 증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수출 환경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반가운 소식이다. 1년 내내 ‘상저하고(상반기 경제가 어렵고 하반기 좋아진다는 의미)’를 목 놓아 부르던 추 부총리는 자신이 떠날 무렵에야 경기 회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추 부총리에겐 아쉬운 대목이고, 최 후보자로서는 좋은 바탕이 깔린 셈이다.


희소식만큼 암울한 현실도 여전하다. 세계적인 고금리 상황에서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국가마다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로서는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현재 대내외 경제 상황은 2기 경제팀이 추 부총리 정책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과거 경제정책이 은은한 와인과 같다면 지금은 강력한 위스키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작금의 상황은 어제 빚은 술과는 다른 술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정통 관료’ 최상목 후보자가 새로 빚은 좋은 술이 국민 모두를 기분 좋게 취하게 만드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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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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