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 디젤 다음이었던 LPG차 시장비중 축소
신차 부재와 택시업계 전기차 전환 추세 등 영향
내년 디젤 1t트럭 빈자리 채우며 시장 회복 전망
올해 쪼그라들었던 LPG 자동차 시장이 내년 상용차 중심으로 부활할 전망이다. 올해 적은 수의 LPG 신차, 전동화 가속화 등 영향으로 판매 대수가 급감했지만, 내년 시장에서 퇴출되는 디젤 1t 트럭의 부재를 LPG차가 채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올해 누적(1~11월) LPG차의 신규 등록 수는 5만9964대다. 불과 2021년까지 연간 기준으로 꾸준히 10만대 이상을 유지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한때 LPG차는 미세먼지는 적게 배출돼 친환경차로서 주목 받았었다. 여기에 디젤보다 차량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연료비가 적게 든다는 장점으로 2019년까지 가솔린, 디젤 다음 시장 점유율 비중이 컸다.
하지만 2020년 그 자리를 하이브리드차에 내준 뒤 하락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전기차에도 따라잡히고 판매 대수도 10만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업황 부진 요인으로는 크게 LPG 신차 부재·인기모델 단종, 택시 업계의 전기차 전환 등 영향을 꼽을 수 있다.
2019년에 LPG차에 대한 규제 폐지 이후, 르노 QM6 LPG(2019년 출시) 현대차 스포티지 LPG(2022년 출시) 등 신차가 시장 성장을 견인해왔다. 이후 신차 모델이 부재하고 지난해까지 연간 1만대 판매되는 등 인기 모델인 기아 봉고3 LPG 모델이 올해 신형엔진 탑재 모델 출시을 앞두고 1년여간 단종됐었다.
그간 LPG 시장에서 큰 축을 담당했던 택시 업계에서 보조금 지급, 저렴한 연료비 등 이점에 전기로 갈아타는 사례가 많아진 점도 한몫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친환경차로 전환되면서 과도기(역할)인 LPG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이 좁아졌다”며 “가장 큰 영역이 택시 업계였지만 기존 택시 시장 자체도 매우 작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대기관리권역법 시행으로 신규 등록이 불가능해지는 디젤 1t 트럭의 빈자리를 대신하며 이전의 시장 규모로 회복할 전망이다. 국내 1t 트럭은 연간 15만대 규모로 LPG차가 시장 대부분을 점유하게 되면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시각이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소형 택배화물차, 어린이 통학차는 LPG와 전기 등 친환경차만 허용되는데 사실상 LPG밖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거운 짐을 많이 싣고 장거리 운전이 많은 상용차 특성상 전기차를 택하기엔 짧은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 등 불편함이 커서다. 가솔린은 상용차로 나오지 않아 대안이 거의 LPG밖에 없다.
특히 1t 트럭의 대표모델인 포터와 봉고가 모두 기존 디젤 엔진 대신 LPG로 바뀌면서 시장 활성화는 더욱 촉진될 것으로 점쳐진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말 ‘2024 포터2’를 출시했다. 2003년 이후 시장에서 사라졌었던 LPG 포터가 20년 만에 복귀한 것이다. 기아도 LPG 모델이 생산되지 않았던 1.2t 트럭도 LPG로 변경하고 ‘봉고3’ 1t 트럭을 선보였다.
이번 신차들은 출시 일주일 만에 합산으로 3만대 이상 계약되는 등 뜨거운 시장 반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현대차 포터2, 기아 봉고3 등 신형 LPG 1t 트럭이 출시돼 출시 1주일 만에 계약 대수 3만 대를 넘어서는 등 인기를 끌고 있어 내년에 시장 반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형 LPG 1t 트럭이 도심의 대기질 개선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발맞춰 LPG 트럭 확산을 위한 ‘LPG 화물차 신차구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최대 900만원(신차구입 보조금 100만원,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금 최대 8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LPG 트럭을 비롯한 3종 저공해차량에 전국 공영주차장(30~50%)과 공항 주차장(20~30%) 이용료 할인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