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취득 30% 감소…소각 109건
행동주의펀드, 자사주 소각 요구 빗발
정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에 이목
주주환원 정책 일환으로 자사주 취득이 적극 이뤄지고 있으나 대부분은 소각 되지 않고 있다. 이에 자사주 취득에 따른 주가 부양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의견과 함께 투자자 신뢰를 저버린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을 연내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자사주 소각 요구도 점점 거세질 전망이어서 시장에 미칠 파급력에 이목이 향한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5일까지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건수는 376건으로 지난해 543건 대비 30.8%(167건) 감소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가 146건, 코스닥이 229건을 기록했고 코넥스도 1건 있었다.
자사주 소각은 109건으로 작년 71건에서 53.5%(38건) 증가했다. 다만 자사주를 취득한 이후 소각한 비율을 단순 계산하면 소각률은 여전히 29%에 머물렀다.
자사주 취득은 기업이 자기자금을 이용해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통상 회사 주가가 낮게 평가될 때 경영권을 보호하고 주가를 안정시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이뤄진다.
자사주 취득은 유통주식 수를 감소시켜 주당 순이익과 주당 미래현금흐름을 개선시킬 것이란 기대감을 키운다. 이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소각까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주주환원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기업이 자사주를 취득 후 시장에 다시 내놓을 경우 유통 주식수 다시 증가해 주주가치 제고의 의미가 약화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사주 취득이 주식을 저가에 매수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재매도해 시세차익을 올리는 수단으로 악용 소지도 있다는 의견도 다수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자사주 취득의 대부분이 취득 목적을 주주가치 제고라 공시하지만 자사주 취득 후 처분을 반복함으로써 주가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고 투자자의 판단을 흐린다면 진정한 의미의 주주환원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시장에선 자사주 취득 후 소각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들을 중심으로 자사주 취득 후 소각까지 이끌어내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시티오브런던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에 내년까지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했고 같은 영국계 팰리서캐피탈은 자사주 소각 가속화 등을 주장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대상으로 주주행동주의 운동를 벌이고 있는 KCGI자산운용은 현재 회사가 기 보유 중인 7.64%에 달하는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도 시장 요구를 수용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자사주 제도개선 방안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일 여신금융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도 “한참은 아니고 조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사주 소각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도 힘을 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주식을 넘어 지수에도 영향을 미칠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이 배당과 유사한 효과를 내면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의 공정가치도 함께 오를 것”이라며 “향후 자사주 소각과 같은 적극적인 주주 환원이 이뤄진다면 해당 종목 주가뿐만 아니라 코스피·코스닥지수 또한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