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25건으로 전년比 52% 급증
단기 차익 실현 노린 단타족, 빚투까지 감행
신용거래융자 17조…공매도 금지 이후 증가
올해 국내 증시에서 테마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자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차익 실현을 위해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종목들에 몰리고 있다. 투자경고 종목이 지난해보다 50% 넘게 증가했음에도 빚투(빚내서 투자)까지 감행하는 등 위험한 투자 행보가 나타나면서 증권가에서는 ‘테마주 신중론’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이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는 225건이다. 이는 지난해(148건) 대비 52%가량 증가한 규모다.
이날 기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LS머트리얼즈 ▲남선알미우 ▲네오셈 ▲대상홀딩스 ▲덕성우 ▲베셀 ▲비유테크놀러지 ▲아이티센 ▲에코프로머티 ▲오킨스전자 ▲파멤신 ▲하림 등 13개사다.
투자경고종목 제도는 주가가 5일간 75% 또는 20일간 150% 급등하는 경우 거래소가 지정해 투자자에게 주의를 주는 제도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투자유의가 필요한 종목은 ‘투자주의종목→투자경고종목→투자위험종목’ 3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때 투자경고·투자위험종목 단계에서는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현재 투자경고종목으로 분류된 종목 중 절반 가량은 테마주가 차지하고 있다. ‘한동훈 테마주’인 대상홀딩스와 덕성우, ‘이낙연 테마주’인 남선알미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인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가 주목을 받자 오킨스전자·네오셈 등이 ‘CXL 테마주’로 엮였고 토큰증권발행(STO) 기대감에 아이티센의 주가가 오른 바 있다.
이처럼 과도한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특정 종목으로 쏠림 현상이 발생하자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 변동성이 커지면서 단기간 급등하는 테마주에 ‘한탕’을 노린 단타 투자자도 급속도로 증가했다.
이들은 빚투까지 감수하는 등 위험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잔고는 지난 21일 기준 17조52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9월 20조원을 돌파한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달 시행된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국내 증시와 2차전지를 비롯한 일부 종목의 상승 기대감, 각종 테마주 등장의 영향으로 빚투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활개를 치는 정치 테마주인 대상홀딩스의 신용잔고는 지난 22일 기준 67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약 1.8배 늘어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이나 실적을 간과한 채 사회적 이슈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을 고려해 테마주에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빚투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테마주 위주로 몰리는 현상은 기관·외국인들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대형주를 선택하는 것과 상반된 행보”라며 “단기간에 이익을 불리기 위해 테마주 대열에 합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어 “빚투 리스크에 대응하고자 증권사들이 특정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를 중단하며 대응에 나선 바 있는 만큼 투자자들도 섣불리 투자하는 것이 아닌 고심 후 매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