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오히려 오른 성적표’ 프로배구, 다시 오지 않을 기회로 받아라[기자수첩-스포츠]


입력 2023.12.30 07:00 수정 2023.12.30 07:00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처참한 국제대회 성적으로 개막 직전 커졌던 우려와 달리 시청률·관중수↑

한국 배구 수준 높아진 것이 아니라 특급 스타들의 꺼지지 않는 영향력 덕

의리 지키는 팬들 위해 국제경쟁력 향상 모색에 책임감 있게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 KOVO

“한 번 흐름 타면 생각보다 꽤 갑니다. 그런데 한 번 흐름 잃으면 돌리기 어려워요.”


프로스포츠 중계 경험이 풍부한 한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이다.


‘도드람 2023-24 V-리그’ 개막을 앞두고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정규리그 개막을 눈앞에 두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처참한 성적으로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던 프로야구의 2023시즌 개막 직전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한국 배구는 개막 직전 치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남자배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계랭킹 70위권인 인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아시안게임 성적은 메달권에서 한참 떨어졌다. 결국 남자배구는 1962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 굴욕을 뒤집어썼다.


ⓒ 뉴시스

여자배구도 수모만 당했다. 2020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이룬 김연경(35·흥국생명), 양효진(34·현대건설) 등 베테랑들이 국가대표를 은퇴한 뒤 대표팀은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는 27연패 수렁에 빠졌다. 명예회복의 기회로 여겼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5위) 이후 17년 만에 노메달 수모를 당했다. KBS 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을 함께 했던 김연경도 충격을 받은 듯 중계방송 중 말을 잇지 못했다.


한국 배구의 수준을 놓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자조 섞인 웃음까지 나왔다. 국제대회 부진이 리그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도 지금까지 나타난 시청률과 입장 관중 수치는 오히려 올랐다.


남녀부 63경기씩 총 126경기가 진행된 전반기는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시청률 증가 추세가 나타났다.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지난 시즌보다 0.04% 증가한 0.86%.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1.15%를 기록, 역대 전반기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찍었다. 올 시즌 전반기 남자부는 10만 9709명, 여자부는 15만 803명 관중을 동원했다. 총 관중은 26만 512명으로 지난 시즌 대비 9.4% 증가했다. 남자부가 지난 시즌 대비 23.5%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우리카드 ⓒ KOVO

비시즌 팀을 대표하던 간판선수들이 이적해 새 유니폼을 입은 데다 올 시즌 도입된 아시아쿼터제로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들이 1명씩 합류해 변화가 컸다. 또 대표팀 감독을 경질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실속과 효율 문제는 차치하고 처참한 현실을 인정하면서 개선과 발전을 향한 의지는 보여줬다.


흥행을 이끈 결정적인 배경은 배구 수준의 향상이 아니다. 스타들의 영향력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여자부 최고 시청률 경기는 지난 20일 흥국생명-현대건설전(인천 삼산체육관). 김연경과 양효진을 앞세운 양 팀의 경기는 1.54%의 시청률을 달성했다. 여자부 최고 시청률 '베스트5' 중 2경기가 흥국생명-현대건설전이다. 남자부 최고 시청률 5경기 중 우리카드 경기가 4경기에 이른다.


부상으로 시즌 초반 나오지 못했던 이소영(정관장), 고예림(현대건설), 김희진(IBK 기업은행) 등이 본격 가세하고, ‘클러치 박’ 박정아를 잡은 페퍼저축은행이 연패를 끊고 반등한다면 프로배구의 시청률과 흥행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KOVO

최악을 우려했을 때보다 나아진 수치에 취하지 말고, 지금의 흐름을 다시없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 팬심은 언제든 차갑게 돌아설 수 있고, 다시 돌려놓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다. 대한배구협회 등은 일회성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더 적극적이면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국제경쟁력을 강화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당장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은 거두지 못해도 철저한 팬서비스와 함께 재미있는 배구와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의리를 지키며 배구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그러다보면 국제무대 성적으로 화답할 날도 올 수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