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비서실장 전격 교체·후임 이관섭 정책실장
신임 정책실장 성태윤·국가안보실장 장호진 내정
대통령실 "당에 큰 변화…대통령실도 변화 필요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을 모두 교체하는 인선을 단행하면서 '용산 2기 체제'가 완성됐다.
정권의 명운을 가를 내년 4월 총선 3개월여를 앞두고 인적 개편으로 분위기를 전환해 집권 3년 차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에 맞춰 대통령실 수뇌부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가 많이 바뀌었고 당에 큰 변화가 왔다. 대통령실도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대통령실에 가장 중요한 3실장이 모두 바뀌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을 이관섭 정책실장(61년생)으로 교체하는 인선을 단행했다. 이 실장 후임으로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70년생)가 발탁됐다.
국가정보원장으로 내정된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후임으로는 장호진 외교부 1차관(61년생), 장 차관 후임으로는 김홍균 주독일대사(61년생)가 내정됐다.
김 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이 같은 인사안을 발표했다.
김 실장은 "비서실장직을 금년 말까지만 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이관섭 정책실장이 내 후임이 돼서 비서실장직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비서실장직 사임과 관련해 "과거 예를 보더라도 (대통령 임기 중) 비서실장이 3명 이상이었기 때문에 내가 20개월쯤 하면 소임을 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얼마 전에 대통령께 말씀 드렸고, 그저께 승인을 해주셨다"고 했다.
비서실장의 교체를 두고 전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초대 비서실장인 김 실장은 지난 10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옆 비서실장 공관으로 이사를 하면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여전히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및 판세 오판, 각종 인사 논란 등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지만, 지난달 수석비서관 전원 교체 및 정책실장 신설 등 대통령실 인사 개편이 이뤄졌을 때 김 실장은 유임되면서 여권에선 "내년 총선 때까지 '김대기 체제'를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은 점차 다가오는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30%대 박스권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면서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해 8월 초대 국정기획수석으로 대통령실에 합류한 이 실장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에 신설된 정책실장직에 승진 기용된 지 약 한 달 만에 비서실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 실장은 "민생이 대단히 어렵고, 거시경제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어려운 시기에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항상 격려해 주시고, 많이 도와주시고, 또 질책해달라. 새로운 각오로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고 국민이 원하시는 바를 실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성태윤 정책실장 내정자는 "국정철학을 최대한 반영한 가운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할 것"이라며 "한국 경제·사회가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는 정책이 무엇일지 항상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일을 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선친인 고(故) 윤기중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명예교수의 제자이기도 한 성 내정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경제팀 부연구위원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조교수를 거쳐 2007년부터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내정자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의 구현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했다. 또 "주요 경제 협력 파트너 국가들과의 수출이나 투자·수주·첨단 기술·공급망·방산 등 이런 분야에서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 외교·안보가 민생 분야에서 좀 더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장 내정자는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 북미국장, 주러시아대사 등을 역임해 미국·북한·러시아 등과 관련한 업무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인선에 대해 "굉장히 큰 변화·쇄신·혁신"이라며 "당도 1973년생 비대위원장이 들어서면서 젊어졌다고 하는데, 대통령실도 이전과 비교하면 좀 젊어졌다. 1960년대생 이하 참모진만 남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