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5000억 급증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320조 증가세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리스크 우려도
국내 5대 은행이 자영업·소상공인에 내준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가 지난해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 개인사업자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갈수록 악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런 와중에도 대출 잔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빚으로 연명하는 개인사업자들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특히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된 만큼 앞으로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발생한 연체액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조2245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68.0%(4955억원)나 늘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이 2488억원으로 111.0% 늘어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어 ▲농협은행(2676억원·86.1%) ▲신한은행(2246억원·60.8%) ▲우리은행(2077억원·54.3%) ▲하나은행(2759억원·42.9%)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배경에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후 같은 해 2월부터 7차례 연속 기준금리가 동결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개인사업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된 상태다.
실제 5대 은행이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석 달간 새로 취급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19%~6.17%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같은 기간(연 2.66%~4.27%)보다 상·하단 모두 1%포인트 이상 뛴 수준이다.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는 전년 동기 대비 1.4% 감소하면서 2013년(-3.1%) 이후 2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 부진에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이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개인사업자들은 사업 운영을 이어가기 위해 계속 빚을 내며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불어나는 빚은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5대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319조4936억원으로 1년 전보다 5조4025억원(1.7%)이나 급증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부터 종료된 점도 우려를 가중하는 요인이다. 금융지원 대상자들이 분할 상환을 시작했는데, 그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상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계에 다다른 자영업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폐업 사유의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1조18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0%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중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자영업·소상공인들의 부실이 커질수록 경제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올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라 금리가 내려가면 사정이 나아질 수 있기 때문에 3~4개월 정도 버텨서 위기를 넘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에 나설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