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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랑스럽개' 송영아 "팍팍한 일상 속 설렘 주는 배우 되고파" [D:인터뷰]


입력 2024.01.11 10:29 수정 2024.01.11 10:3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019년 데뷔

'오늘도 사랑스럽개' 천송이 연기

다섯 살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피아노를 쳤던 송영아는, 잘하는 것 말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을 고민하다 연기에 눈을 떴다. 이후 연기의 계단을 하나씩 오르다 보니 어느새 '배우 송영아'로 설 수 있게 됐다. 2023년은 송영아에게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JTBC '닥터 차정숙', KBS1 '우당탕탕 패밀리', 그리고 10일 종영한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까지 배우로서 바쁘게 지냈다.


특히 '오늘도 사랑스럽개'에서 천송이 역을 맡아 주변에 좋은 동료들과 애착이 가는 배역을 얻었다. 극중 천송이는 팍팍한 직장 생활에 찌든 피곤한 얼굴로 꿈과 희망보다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으로, 극의 환기를 담당했다. 박규영과 같이 등장하는 신이 많이 비중도 송영아의 생각보다 높았다. 덕분에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제가 5년 동안 주말마다 피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요. 매장에 오신 손님들이 저를 알아봐 주시더라고요. 또 밥을 먹고 있는데 와서 사진 찍어달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어요. 많은 건 아니지만 그럴 때마다 '나 TV에 나오는 사람이구나'를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웃음) 사실 저조차도 신기해요."


자신의 연기를 두고 본다면 아쉬운 것 투성이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조금의 후회나 미련은 없다.


"사전제작으로 진행 돼 찍은 지 세상에 언제 나올까 고대했는데 이렇게 무사하게 마치게 돼 기분이 좋아요.스스로 연기가 어땠냐고 묻는다면 결과물은 항상 아쉬운 것 같아요. 그 때 당시는 저의 최선이었겠지만,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요. 작품을 마치면 매번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촬영하는 과정은 너무 즐거웠어요."


송영아가 바라보는 천송이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송이는 이야기의 서사에 깊이 관여하는 인물은 아니지만 환기가 되거나, 재미를 주는 요소를 갖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송이가 톡톡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극을 맛깔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런 모습으로 제가 잘 존재했는지는 시청자들의 몫인 것 같아요. 저는 촬영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드라마를 함께 만드는 과정이 이렇게 좋을 수도 있구나 싶을 만큼요.


그는 천송이를 연기하면서 자신도 무뚝뚝하고 냉소적으로 바뀌었다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천송이처럼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단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잠시 송이처럼 된 것 같아요. 하하. 예전엔 몰랐는데 준비를 하다 보니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었더라고요.(웃음)"


송영아에게 천송이가 애틋한 이유는 김대웅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출연을 확정하면서 '이 역할을 주겠다'라고 약속한 김대웅 감독의 말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조감독님과 1차 오디션을 봤었는데 한참 연락이 없어서 떨어졌구나 싶었어요. 당시 추석이라 많이 먹고 잘 자고 있었는데 밤에 대표님께서 감독님이 보자고 하신다고 연락을 받았죠. 사실 천송이라는 역할이 주인공들과 많이 붙기도 하고 색깔이 확실한 역할이라 경쟁자가 많다고 들었어요. 다음 날, 감독님께서 저에게 이 역할을 지켜줄 테니 송이를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정말 짜릿했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중간에 엎어지는 과정을 많이 봐서 불안하기도 하더라고요. 들뜨지 말고 임하자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감독님이 작품을 즐겁게 만들자라는 취지로 일하시는 분이라 분위기가 좋았어요. 촬영 감독님도 그랬고요. 어떤 의견이든 내면 잘 수용해 주시는 편이었어요."


마지막 회 학교 축제 때 천송이가 춤을 추는 신은 김대웅 감독이 송영아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추가한 신이다.


"제가 촬영 중간에 배우, 스태프 분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술을 조금 마시고 취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술을 잘 못 마시거든요. 그런데 그날 제가 혼자 취해 자고 있다가 '저 춤 한 번 추고 집에 갈게요'라고 말한 후 뉴진스의 '하입보이'를 췄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너의 끼는 내가 살려주고 싶다'라면서 대본에 춤 추는 신을 넣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기억이 안 났는데 제가 '하입보이'추는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치심이 올라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제 인생에서 언제 춤추는 게 송출되겠어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이런 부분까지 살려주셔서 감독님에게 감동을 받았고 감사할 따름이죠. 여러모로 제 은인이에요."


송영아는 학교 동료 선생님으로 호흡을 많이 맞춘 박규영을 보면서 배우로서 많은 걸 배우고 얻어 갔다. 박규영의 현장 태도나, 살아있는 연기가 배우로서 현장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조금 더 깊게 알게 됐다.


"감독님이 '규영이가 이 신을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고 자주 말씀하셨어요. '오늘도 사랑스럽개' 작업을 통해 박규영이라는 배우가 왜 잘 됐는지 여실히 느꼈어요. 똑같은 대본이어도 이 신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기가 멋있고,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는지 잘 아는 배우 같았어요. 또 규영 언니에게 '버티면 무조건 된다'라는 조언도 얻었죠. 언니가 있었기에 더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동료 배우를 통해 시너지를 얻는 게 정말 크다는 것도 느꼈고요."


촬영 초반만 해도 '자신이 잘하고 있는지' 고민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 고민을 해소시켜준 건 배우 차은우였다.


"차은우 배우는 제가 긴장을 풀고 조금 편안하게 임할 수 있도록 장본인이었어요. 촬영 극 초반에 고깃집에서 회식하는 신이 있었어요. 그 때 현장에서 배우들끼리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죠. 당시 차은우 배우가 자기는 괜찮으니, 마음에 들 때까지 연기해도 된다고 먼저 말을 해주더라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틀려도 괜찮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자유로워졌어요. 사실 제가 그 때 '이렇게 연기하는 게 맞나'라고 확신을 갖지 못했을 때였거든요. 본인도 촬영하느라 힘들텐데 상대 배우에게 마음을 써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맘껏 해라. 상대 해주겠다'라고 말해주니 하고 있던 고민이 옅어졌죠. 그래서 고마웠어요."


현재의 둥지인 S&A엔터테인먼트 박재서 대표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했다.


"대사 한 줄 없던 평범한 연극영화과 학생이었던 저를 포기하지 않고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지난 날 채찍질 해주셔서 안주하지 않고 올 수 있었어요. 제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감사한 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송영아에게는 항상 거창하거나 특별한 계획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매번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배우로서도 마찬가지다. 힘든 일상 속 자신의 연기가 시청자들의 한줄기 오아시스가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


"저는 방향을 잘 정한 채로 묵묵히 제 속도대로 가고 싶어요. 빠르고 높이 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니까요. 올해도 작년처럼 주어진 역할을 재미있게 연기하면 행복할 것 같아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설렘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 사람 나오는 드라마 보고 싶다' 이 말을 듣는 게 최고 아닐까요?"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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