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농협은행 1조 부실채권 틀어막는 충당금 '물량전'


입력 2024.01.19 06:00 수정 2024.01.19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서 고정이하여신 제일 많지만

'비교 우위' 여신 건전성 지표 '눈길'

금융당국 주문과 맞물려 더욱 관심

서울 서대문 NH농협은행 본점 전경.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이 떠안고 있는 부실채권이 국내 5대 은행들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직 다른 경쟁 은행들에 비해 대출 사이즈가 작은 상황까지 감안하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부실을 틀어막기 위한 충당금을 어떤 시중은행보다 많이 쌓는 물량전으로 도리어 농협은행이 비교 우위의 건전성 지표를 자랑하며 눈길을 끄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위기 대응 주문과 맞물려 이같은 행보는 한층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이 떠안고 있는 고정이하여신은 총 4조34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보면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이 1조3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65.7% 급증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 국민은행이 9889억원으로, 신한은행은 9061억원으로 각각 39.2%와 13.8%씩 해당 금액이 증가하며 규모가 큰 편이었다. 하나은행 역시 7693억원으로, 우리은행도 6774억원으로 각각 13.8%와 29.6%씩 고정이하여신이 늘었다.


5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추이.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각 은행들의 대출 사업의 파이까지 놓고 보면 농협은행의 부실채권은 더 두드러진다. 5대 은행들 중 대출이 제일 적음에도 불구하고 고정이하여신은 오히려 가장 많아서다.


조사 대상 시점에 농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전체 여신은 297조1232억원으로 300조원을 밑돌았다. 반면 나머지 은행들의 여신은 ▲국민은행 373조1935억원 ▲하나은행 333조6889억원 ▲신한은행 323조4738억원 ▲우리은행 303조9104억원 등으로 모두 300조원 이상이었다.


하지만 부실채권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농협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있어서다. 금융사의 충당금은 주로 고객들에게 빌려준 돈의 일부가 회수되지 못할 것을 대비해 미리 수익의 일부를 쌓아둔 것이다.


농협은행의 충당금 적립 잔액은 2조7771억원으로 5대 은행 가운데 최대였다. 다른 시중은행들 중에서는 국민은행(2조2519억원)만 2조원 대의 충당금을 쌓고 있었다. 하나은행(1조8039억원)과 신한은행(1조7782억원), 우리은행(1조6187억원)의 충당금은 전부 1조원대였다.


이 덕에 부실채권에 대한 농협은행의 대응 여력 지표는 다른 은행을 앞서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커버리지비율은 277.6%로, 신한(196.4%)·국민(227.7%)·하나(234.5%)·우리(239.0%)은행을 모두 앞질렀다. 해당 수치는 금융사가 보유한 고정이하여신 잔액과 비교해 충당금을 얼마나 적립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충당금 확대 압박이 거세지는 와중 농협은행이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이 부실에 대비해 쌓는 대손 비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추가로 적립토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의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 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특별대손준비금 확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순히 부실채권이 많은지 적은지를 떠나 충분한 충당금을 쌓으라는 게 금융당국의 기조"라며 "고금리 장기화로 당분간 여신 건전성이 계속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유 있는 충당금이 은행권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