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 폐기...평일 전환 속도날 듯
소비자 편익 증진 효과 기대
법안 개정 필요해 실제 적용 시기는 미지수
정부가 대형마트의 공휴일 의무 휴업 규제를 폐지하고 영업 제한 시간 내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은 22일 서울 동대문구 홍릉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열린 다섯번째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생활규제 개혁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대표적인 규제인 ▲대형마트 영업규제 ▲단통법 ▲도서정가제에 대한 개선 방안이 주요하게 논의됐다.
대형마트의 경우 주말 장보기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하는 원칙을 폐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주말 대신 평일에 휴업하는 대형마트가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대도시와 수도권 외 지역에도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시간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는 12년 전인 2012년부터다.
당시 매장 면적이 3000㎡가 넘는 대규모 점포를 대상으로 월 2회 문을 닫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대부분 지자체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마트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있다. 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매장을 거점으로 한 온라인 배송도 동시에 제한되고 있다.
당초 이 같은 규제는 마트 인근의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 비중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등 빠르게 확대되면서 현재는 유명무실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76.4%의 소비자는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32.2%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3.0%는 평일 의무휴업 실시 등 규제완화를, 11.2%는 의무휴업일 및 심야 영업금지 시간에 온라인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의무휴업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3.6% 수준이었다.
이를 반영해 작년부터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작년 2월 대구시를 시작으로 5월 청주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고, 올 들어 서초구가 서울에서 처음으로 기존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휴업일을 바꿨다.
이번 조치에 대해 유통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매출이 높은 휴일 대신 평일로 휴업일을 바꿀 경우 매출 상승 효과가 나타날 수 있고, 새벽배송을 통해 추가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해당 규제를 받지 않는 이커머스 등 온라인 쇼핑업체와 비교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도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가 폐지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유통산업발전법 등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보니 현재 여소야대 상황에서 속도가 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의무휴업이나 새벽배송 문제는 몇 년 째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됐던 사안이지만 국회 개정이 필요하다 보니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당장 상반기 총선 결과가 중요할 것 같다. 법안 개정을 통한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꽤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