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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의 '1200원짜리 큰 택시'…초소형 마을버스 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19]


입력 2024.01.26 05:03 수정 2024.01.26 18:41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버스 기사 "대형버스에선 대화할 일 없지만 이 버스에선 손님 앉으면 친해질 일 많아"

승객들 "택시 타면 5000원 나오는데 이 버스는 1200원,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탄다"

마을버스 운수회사의 재정난으로 등장…입석 없어 돌발상황에 승객들 항상 안전

하차 벨 없고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아…승차인원 5명 제한되고 배차 간격도 길어

중랑01번 '스타리아' 버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서울의 마을버스 업체들은 손님 부족 등 영세한 상황으로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차량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이용객이 많지 않은 경우 운임 수입보다 차량 유지비가 더 많이 들어가는 형편인데,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바로 '초소형 마을버스'이다.


'스타리아' 등 일반 상용 승합차를 마을버스로 이용하는 '초소형 마을버스'는 차량 유지비가 일반 버스에 비해 크게 절감되고 기동성도 좋아 '1200원짜리 택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중랑01번 노선 현대 '스타리아' 버스 안에서 기사 유모(71)씨는 "대형버스에선 손님들이랑 대화할 일이 없지만 초소형 버스를 운행하니 앞에 손님이 앉을 때는 '조심하라'라고 하는 등 손님과 친해질 일이 많다"며 "방금 대화 나눈 손님은 인근 쌍용아파트에 사는데 10년 가까이 봐온 사이"라고 전했다.


◇ 중랑01 '스타리아' 서울 2번째 '초소형 마을버스'…"최대 5명 승객"


중랑01번 '스타리아' 버스는 일반 마을버스보다 작은 크기의 '초소형 마을버스'로, 지난 10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이 버스는 현대자동차에서 2021년에 출시한 대형 레저용 차량(RV)으로 승객 5인까지만 탑승할 수 있다. 이 버스는 중랑구 중화동종점 정류소에서 동대문구 신이문역 정류소까지 2km를 왕복한다. 승객 탑승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시간을 제외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행된다. 서울 도심에서 성북05번 스타렉스에 이어 중랑01 '스타리아'가 2번째 초소형 마을버스로 등장한 것이다.


초소형 마을버스가 등장한 것은 마을버스 운수회사의 재정난이 우선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마을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 수는 2014년 122만명에서 2023년 9월 기준 87만명으로 줄었다. 버스기사 유씨는 "출퇴근 시간대가 지나면 대부분 탑승객은 1~3명이고, 많이 타봐야 5명"이라며 "신이문역, 쌍용차아파트 정류소에서 주로 탑승하고 어쩌다 현대아파트에서 1명 탈 때도 있다. 5명 이상 승객이 몰려 못탄다고 민원이 들어오면 이 버스를 못 몰겠지만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고 전했다.


중랑01번 '스타리아' 버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무슨 이런 버스가 있지?"…저상버스 비해 발판 높고 문 수동


'스타리아' 버스는 저상버스에 비해 발판이 높고 문도 수동으로 열어야 한다. 3~4년 전에 발목과 다리 수술만 3번을 한 전영애(74)씨는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버스 문을 힘겹게 연 뒤 "요즘은 마을버스가 이렇게도 나오네"라고 말했다. 전씨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땅을 짚은 채 "하이고. 차가 너무 높아"라고 푸념한 뒤 "이렇게 생겨서 버스인지 몰랐다. 예전에는 1시간씩 기다리다가 택시 탔는데, 택시 타면 5000원 정도는 나오니까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이 버스를 탔다"라고 밝혔다.


심모(60)씨는 "처음에는 무슨 이런 버스가 있지? 깜짝 놀랐다"며 "종점에 버스가 서 있는데도 문이 계속 안 열리고 있어서 '버스가 왜 문이 안 열어놓고 있지?'라고 생각했다. 종점에서 이상한 버스가 턴하길래 바로 탔다. 우리 딸도 이 버스를 타보더니 '버스같지 않고 웃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랑01번 '스타리아' 버스를 타는 승객이 힘겹게 수동 문을 열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하차 벨 없고 안내 방송도 안 나와


버스기사 유씨는 "나이 많은 분들이 주로 문을 여닫는 부분이 힘들다고 한다"며 "'1200원주고 큰 대형 택시 탔다고 생각하면 좋지 않느냐'라고 말하면 승객분들은 웃는다"고 말했다.


이 버스는 하차 벨이 없고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는다. "쌍용아파트에서 내릴게요" "태릉시장이요" 승객들은 익숙하게 카드 단말기를 찍고 운전기사에게 직접 하차 지점을 말해야 한다. 이날 하차 지점을 한 정거장 놓친 승객 김모(63)씨는 "집 앞으로 가는 차라 1달에 3~4번은 탄다"며 "우연히 중랑 01번 번호를 보고 버스인 걸 알게 됐다"라고 전했다.


차량의 특성상 '입석'이 없기 때문에 돌발상황에 대응해 급정거시 승객이 넘어질 위험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차량 크기의 한계로 인해 승차인원이 제한된다는 점은 단점이고, 배차 간격도 편도 12분, 왕복 20분으로 좀 긴 편이다.


중랑01번 '스타리아' 버스 노선도ⓒ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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