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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딱 1년만 이 곳에서 살아보라"…상암동에 소각장 몰빵? 그 현장 가보니 [데일리안이 간다 21]


입력 2024.01.27 06:23 수정 2024.01.27 06:23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굴뚝에서는 쉼없이 가스 새어 나와

주민들 걱정·불만 봇물 "소각하면 안 되는 불법 폐기물들 몰래몰래 다 소각하고 있어"

"750t 이미 마포구에서 소각하고 있는데 1000t 넘는 쓰레기소각장을 추가로 설치?"

"이러다간 없는 병도 생길 판…주민의견 수렴도 안 하고 강행하는 시장은 내쫓아야"

26일 마포구 상암동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 앞 환경오염물질 배출 상태를 상시 측정하는 전광판이 '점검중'으로 떠 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쓰레기 소각장 신규 설치를 놓고 서울시와 마포구의 첨예한 갈등이 해를 넘기고 있다. 서울시는 수도권광역매립지의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2026년부터 금지되기 때문에 추가 소각장을 설치해야 하고, 그 최적 위치는 마포구 상암동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마포구는 "이미 몇십 년간 쓰레기 처리 문제로 충분히 고통을 받아왔는데 고통을 더 감내하라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6일 데일리안이 찾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현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의 굴뚝에서는 쉼없이 연소가스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황산화물(S02), 일산화탄소(CO) 등 대기·환경오염물질 배출 상태를 상시 측정하는 전광판이 '점검중'으로 떠 있었다. 측정기를 확인한 인근 주민 김모(32)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차량도 배기가스 기준 다 통과해도 근처에 가면 냄새가 심하듯이 굴뚝 높이가 법적 기준에 맞춰 영향이 없다고 지어졌다고 해도 완전 무해한 것은 아니다. 임신 19주차라 너무 찝찝하다. 소각을 하면 열이 나는데 매일매일 엄청나게 굴뚝 연기가 나오고 있어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토로했다.


상암동 마포자원회수시설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800여m 떨어진 아파트에 20년 동안 살고 있는 이모(56)씨는 "전광판 숫자가 늘 '점검중'이라고 뜨고, 숫자도 매일 똑같다"며 "이런 수치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고 분노했다. 이씨는 "소각하면 안 되는 불법 폐기물들 몰래몰래 다 소각하고, 한번씩 감시하러 가면 창문을 종이포스터 같은 걸로 막아놓아 아예 못 보게 한다"며 "현재도 투명하지 않은데 신규 소각장이라고 잘 운영되겠는가. 대규모 소각장이 들어오고 대신 기존 소각장을 없애준다는데 그것도 못 믿겠다.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26일 마포구 상암동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995m 떨어진 초등학교 앞에는 '오세훈 할아버지, 숨쉬고 싶어요. 소각장 추가 백지화 해주세요' '소각장 옆 학교가는 길 무서워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750t+1000t '독박 소각'…주민들 "폐암 걸려 죽으란 얘기, 아이들 건강 걱정"


신규 광역자원회수시설 부지에서 직선거리로 995m 떨어진 초등학교 앞에는 '오세훈 할아버지, 숨쉬고 싶어요. 소각장 추가 백지화 해주세요' '소각장 옆 학교가는 길 무서워요'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결려 있었다. 중학생 아들 2명을 둔 유모(48)씨는 "월드컵공원은 매주 걸어서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겨울에는 눈썰매를 타러 아이들과 오는 휴식처이자 놀이 공간이었는데 해도해도 너무 한 것 아니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인근 주민들은 750t을 이미 마포구에서 소각하고 있는데 1000t이 넘는 쓰레기소각장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독박 소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월드컵공원 앞 곳곳에는 '마포 추가 소각장 백지화가 답이다', '쓰레기 소각장 결사 반대! 서울시는 즉각 철회하라!'라는 항의성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상암월드컵파크 8단지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김모(73)씨는 "새벽에 베란다에 나가면 쓰레기를 태운 매캐한 냄새가 고스란히 들어와 잔기침이 난다"며 "소각장을 더 짓는 건 폐암에 걸려 죽으란 얘기"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살아보지 않으니 피부로 안 느껴지는 것"이라며 "오세훈 시장이 딱 1년만 이 곳에서 살아보라고 해라. 주민의견 수렴도 안 하고 강행만 하는 시장은 내쫓아야 한다. '전부 소각장 반대 집회라도 나가자'며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26일 월드컵공원 앞 곳곳에는 '마포 추가 소각장 백지화가 답이다', '쓰레기 소각장 결사 반대! 서울시는 즉각 철회하라!'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데일리안 김하나 기자
◇ "잠실과 비슷한 동네였는데…집값 떨어져 이사도 못가"


상암월드파크 3단지에서 10년째 살고 있는 이모(56)씨는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공원 옆에 사는 게 굉장히 행복한 걸 알기 때문에 한적하고 친환경적인 동네를 기준으로 이사를 했는데 소각장이 웬말이냐"며 "바로 버스정류장에서 굴뚝이 보이고 매일 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는 걸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이러다간 없는 병도 생길 판이라 너무 속상하다. 유해시설을 몰빵해서 마포에 몰아 넣는다는 것은 정말 용서가 안되는 짓이다. 지금 750t 폐기물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데 1000t을 더 넣겠다는 것은 도무지 제정신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노후를 살려고 들어왔는데 소각장으로 집값 등 경제적 자산 가치도 완전히 떨어지고 덤으로 건강마저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더욱이 집을 내놓고 다른 데로 이사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처음 마포구 상암동에 아파트가 분양될 때만 해도 잠실 아파트와 비슷한 분양 가격대였는데 잠실은 동네가 커진 데 비해 우리 동네는 10년 동안 개발이 하나도 안 됐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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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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