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검사 결과·배상기준안 발표
"배상비율 일괄적 산정하면 안 돼"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내달 발표될 배상기준안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전체 고객 중 90%에 달하는 재가입자와 모바일뱅킹 가입 고객의 비율 조정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2일까지 홍콩H지수 ELS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을 비롯해 12개 금융사에 대한 현장검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설 연휴 전 일차적으로 검사를 마친 후 필요 시 별도의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설 연휴 전후는 검사 휴지기"라며 "필요하다면 설 이후에도 민원조사는 계속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달 중 현장검사 결과와 배상기준안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확인한 대표 사례에 관해 배상 비율 기준을 만들면, 금융사들은 이를 근거로 소비자와 자율 조정에 나서는 방식이다. 이는 파생결합펀드(DLF)·사모펀드 사태 이후 두 번째다.
홍콩H지수 ELS 가입자들은 배상 비율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 DLF 사태 당시 도출된 배상 비율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는 탓이다. 은행권에서는 ELS가 DLF와 달리 상품 구조에 문제가 있지 않고, DLF 사태 이후 강화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적용받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불거진 DLF 사태로 투자자들은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손실액 중 40~80%를 배상받았다. 기본배상비율(적합성·설명의무 위반) 30%,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 20%, 초고위험상품 특성 5%를 더해 55%가 기준이 됐다.
이 같은 상황 속 재가입자와 비대면 채널 가입 고객에 적용될 배상 비율 기준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DLF 사태 당시에도 재가입자는 상품 구조와 위험성을 알고 있다고 판단해 배상 비율 기준에서 5~10%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홍콩H지수 ELS 가입 고객 중 재가입자 비중만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가입자란 이유로 배상 비율에서 차등이 이뤄지는 게 맞는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첫 가입 당시 상품 구조와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받지 못했다면, 재가입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이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은행원이 비대면 채널 가입을 유도한 정황도 나오고 있는 점도 변수다. 은행원이 판매 과정 속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위반했다면 마지막 가입 단계가 모바일이라고 해도 모든 책임을 고객에게 묻는 게 맞는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홍콩H지수 ELS에 가입한 문모(60대)씨는 "은행에 방문하겠다고 했더니 팀장이 오프라인에는 (ELS) 상품이 없으니까 집에서 가입하라고 했다"면서 "당시 은행원이 모바일뱅킹으로 가입하는 방법을 설명해줬는데, (제가) 상품 2개가 뜬다고 말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가입하면 된다고 했고, 직원 추천 이름에는 본인을 적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금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도 못했는데, 모바일로 가입했다는 이유로 모두 제 책임이라고 돌릴까봐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김민건 법무법인 우면 변호사는 "재가입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일괄적으로 비율을 달리 산정할 게 아니라, 처음 ELS에 가입할 때 제대로 설명을 받고, 상품을 이해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며 "은행원이 ELS 상품 가입을 모바일로 가입하도록 유도한 것에 대해서도 정황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고객이 자발적으로 모바일을 통해 가입한 것이라면 책임 소재를 은행에 묻기 어렵다"며 "은행원의 권유가 있었는지 정황 정도는 입증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