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매체 보도자료 버튼 누르면 中 관영매체 기사 '쏟아져'
국정원, 국내 언론사 위장 하이마이·하이쉰 웹사이트 178개 적발
현지 언론매체로 위장해 미국을 비난하는 음모론 등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중국의 선전 웹사이트가 세계 30개국에 100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디지털 감시단체 시티즌랩은 7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에 있는 현지 웹사이트가 친(親)중국 콘텐츠를 생산해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위장 웹사이트들은 얼핏 보기에는 일반 언론사처럼 보이지만 한쪽의 '보도자료' 코너를 누르면 중국의 글로벌 경제회복 기여를 자랑하는 내용 등 중국 관영매체 기사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특히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출했다며 미 과학자들을 비난하는 기사들이 실리기도 했다.
로마 저널(Roma Journal)을 이 캠페인과 연관된 웹사이트 중 하나라고 시티즌랩은 꼽았다. 이탈리아 현지 뉴스매체로 위장한 이 웹사이트는 총리의 정치적 행보나 북부 지방의 열기구 축제 등 이탈리아 소식을 웹페이지 헤드라인에 노출시켰다.
하지만 이는 이탈리아에서 법적으로 언론사로 등록되지도 않은 이른바 ‘유령 웹사이트’로 판명됐다. 이탈리아 일간 일 포글리오는 앞서 로마저널이 법적으로 등록된 언론사가 아니라고 폭로한 바 있다.
이런 형태의 친중 선전활동은 2020년 중반부터 시작됐고, 배후에는 중국 선전의 홍보회사 하이마이윈샹미디어(하이마이)가 있다고 시티즌랩은 추정됐다. 하이마이 측은 로이터의 코멘트 요청에 어떠한 응답도 하지 않았다. 웹사이트에 등록된 전화번호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알베르토 피타렐리 시티즌랩 연구원은 “이런 웹사이트들은 현재까지 현지 사용자들에게 많이 노출되고 있진 않다”면서도 “이같은 웹사이트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데다 현지 온라인 콘텐츠와 동화되고 있는 까닭에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여론 조작을 노리는 전 세계 권력자들과 정부의 온라인 활동이 점점 더 일반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 이란과 함께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글의 사이버 보안기업 맨디언트도 지난해 미 독자들을 겨냥한 '중국 영향력 작전'의 핵심으로 하이마이를 지목했다.
시티즌랩이 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 것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잇따라 관련 사례가 포착된 것에서 비롯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언론사로 위장한 하이마이와 하이쉰 연계 웹사이트 178개를 적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발끈했다. 미국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은 대변인 명의의 이메일을 통해 "친중 콘텐츠는 가짜 정보고, 반중 콘텐츠는 진짜 정보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편견이자 이중잣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