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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임 상승에 휘청이는 수출기업, 운송 지연에 ‘녹다운’ [예측불허 홍해②]


입력 2024.02.10 07:00 수정 2024.02.10 07:00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우려하던 홍해 사태 후폭풍 ‘가시화’

수출 중소기업 중심 실제 피해 늘어

3~4월 재계약 시즌, 비싼 운임 부담

원자재발 물가 상승 전방위 준비해야

지난 2022년 8월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스

‘홍해 사태’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 물류비 부담이 가시화하고 있다. 공급 일정 지연과 물류비용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가 서서히 현실로 다가온다. 사태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려’ 수준에 그쳤던 경제적 충격이 운임 상승과 납기 차질, 원자재 수급 불안 등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직접적인 피해 상황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당시에도 이미 ‘물류비 부담이 늘었다’는 기업이 나오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이 받을 금전적 압박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해상 운임은 크게 치솟고 있다. 홍해와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해상 운송 경로다. 예멘 후티 반군이 이곳을 통과하는 상선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배들은 운항을 중단하거나,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 먼 경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수에즈 운하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로 가면 운송 일정만 최소 2주 이상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운송 거리는 곧바로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진다. 글로벌 해상 운임 상황을 보여주는 상하이 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5일 기준 전주 대비 1.77% 상승한 2217.73을 기록했다. 후티 반군이 상선을 나포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17일 999.92p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13개 주요 항로 운임은 오름세가 더 가파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조사하는 K-컨테이너운임지수(KCCI)는 7일 기준 2831로 일주일 전 2734보다 97(3.43%) 올랐다. 10주 연속 상승이다.


특히 홍해 위협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남미동안 ▲중남미서안 ▲남아프리카 ▲중국 ▲동남아 5개 항로 운임은 떨어졌다. 일본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다. 유럽 항로는 14.14%, 북미서안항로는 10.55% 올랐다.


수출 중소기업으로서는 이중고를 벗어나기 힘들다. 장기 계약하는 대기업과 달리 수출입 물량이 있을 때 단기 계약을 주로 하다 보니 운임 상승 상황에 민감하다.


지난달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유럽으로 수출한 A 업체는 지난 11월 대비 운임만 3000만원 이상 손해를 봤다.


전문가 “중동 분쟁 전면전 될 경우 대비해야”


업체 관계자는 “두어 달 사이 직접 피해액만 3000만원인데, 이게 3월까지 이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A 업체는 3월에도 같은 물품을 유럽으로 보낼 예정이다.


해당 관계자는 “물류비 상승도 문제지만 납기 맞추는 것도 큰일”이라며 “선적 일정 잡는 것도 문제고, 제때 납품하지 못하면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또 다른 수출기업 관계자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부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납부 기한이 2~3개월에 불과하다. 이 경우 운임과 기간이 조금만 늘어도 큰 피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아직은 계약 기간이 남아 직접적인 운임 상승은 문제가 아니지만, 장기 계약이 보통 3~4월께 기간 만료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재계약하려면 최소 두 배, 지금과 같은 속도면 세 배 이상 운임을 지불할 수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일 발간한 세계 경제 포커스 ‘중동 분쟁 확산과 우리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동지역 분쟁 확산으로 해운 운임 상승 및 운송 지연, 국제유가 상방 압력 확대, 분쟁 당사국 및 주변국 경기 위축 등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광호 세계지역연구2센터 아프리카·중동·중남미 전문연구원은 “역내 긴장 장기화 시 원자재 중심 인플레 상방 압력 확대와 유럽·북아프리카 국가와 교역 차질, 이집트·동유럽 내 우리 제조 시설에 대한 부품 공급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며 “전면전 확장 시에는 중동지역과 전반적인 경제협력이 위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 전문연구원은 “중동지역 분쟁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어 불확실성이 크며, 경우에 따라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어 모든 가능성을 염두하고 대응 방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동차 등 특수 선종이 필요한 제품을 중심으로 선복을 최대한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사 물류비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며 “에너지 수급 차질과 원자재 중심 인플레 상승에 대비해 비축유를 확보하고 적시에 이를 방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는 곧 기회? 내심 ‘역대급’ 실적 기대하는 해운업체 [예측불허 홍해③]에서 계속됩니다.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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