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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의 맛’ 본 뮤지컬, ‘라이브 무대’ 외면할까 우려 [D:이슈]


입력 2024.02.16 15:24 수정 2024.02.16 15:24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이른바 MZ세대는 틱톡이나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으로 이뤄진 ‘숏폼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이다. 이 짧은 영상을 통해 번지는 입소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공연계도 젊은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숏폼’ 제작에 한창이다.


뮤지컬 '난쟁이들' ⓒ(주)랑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등의 동화 이야기에 기발한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유쾌하게 비튼 뮤지컬 ‘난쟁이들’은 최근 숏폼 콘텐츠를 활용해 젊은 관객 맞춤형 마케팅을 펼친 대표적인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제작사 공식 SNS 채널에 올라온 ‘백설공주vs신데렐라’ ‘문지기vs신데렐라’ ‘이웃나라 왕자들 등장’ 등 숏폼 콘텐츠 영상은 각 20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커튼콜 중 유리구두를 신고 슬릭백을 추는 신데렐라 영상, 끼리끼리 무대 영상, 공연 중 예상치 못한 관객의 대답에 답하는 배우의 모습을 담은 ‘야! 너도 공주 할 수 있어’ 영상 등은 9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단순히 숏폼 콘텐츠를 마케팅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숏폼을 위한 뮤지컬 작품을 만드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예술단은 지난해부터 웹뮤지컬 공모전을 통해 숏폼 형태의 웹뮤지컬 발굴에 나섰다. 올해 2회 공모전에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판타지 ‘눈부시게 어두운’,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죽음 이후의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가면 좋을지를 논의하는 가족 이야기 ‘장례희망’, 보코르 바이러스라는 특수한 바이러스가 일상화된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감염자들’, 테라포밍과 로봇을 소재로 한 판타지 ‘지구로 가는 버스’, 온갖 예술로 팍팍한 현실을 헤쳐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히든트랙’ 등의 작품이 선정됐다. 상영 기간 중 시청자 투표를 진행해 최종 우수작을 선정한다.


숏폼 뮤지컬을 제작하는 전문 제작사도 만들어졌다. 뮤지컬 제작사 디모킴 뮤지컬 팩토리는 숏폼 전문회사 키위랩과 손잡고 모바일과 뮤지컬을 합성해 만든 ‘모지컬’을 선보인다.


총연출을 맡은 김현준 연출가는 “코로나 이후로 급변하는 전세계 공연시장에서 새로운 관객층을 사로잡기 위해 뮤지컬 컨텐츠의 숏폼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 뮤지컬 관객들이 아닌 MZ세대들을 사로잡으려 지난 2년간 10분 뮤지컬부터 1분 라디오 뮤지컬 형식까지 분량을 줄여오다 이제는 아예 30초 미만으로 최적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유튜브에서는 직장, 군대, 대학 등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경험과 고민을 1분 분량의 숏폼 뮤지컬 영상에 담아내는 ‘1분 뮤지컬’과 뮤지컬 단편 영상 크리에이터 크루 ‘티키틱’ 등 숏폼 뮤지컬 채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공연계가 숏폼에 열중하는 이유는 매우 직관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한 ‘난쟁이들’은 숏폼 마케팅을 통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공연을 일주일 연장하기에 나섰다.


한 공연 관계자는 “짧은 영상을 통해 뮤지컬의 흥미진진한 서사와 전개가 담기면서 보다 빠르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정확하게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숏폼 뮤지컬의 특징”이라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숏폼 콘텐츠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더 쉽고, 편하게 접근하면서 뮤지컬 공연장을 찾는 관객 증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나치게 트렌드를 쫓다가 자칫 현장 예술, 라이브 예술의 특성을 잃을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르의 벽을 허물어뜨린다는 점에선 분명 좋은 시도이지만, 지나치게 트렌드에 의존해 본질을 잃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숏폼이라 할지라도 작품의 완성도에 신경을 쓰면서 장르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방향으로 제작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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