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열분해유 시장 활성화 전망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 부족으로 화학적 열분해유 부상
석유화학·정유사, 열분해유 기술 개발·생산 투자 확대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중 기존 물리적 재활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열분해유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발목을 잡고 있던 규제 법안의 개정 작업이 속도가 나면서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열분해유를 포함한 친환경 정제원료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열분해는 인허가가 지자체별로 한정돼 있어 절차가 까다롭고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는 약 9600만t으로 예상되나 재활용 플라스틱 공급량은 2700만t에 불과하다. 향후 공급 부족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물리적 재활용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물리적 재활용은 원료가 투명하고 오염이 없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투입 원료 확보 문제로 생산이 제한된다.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 증가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물리적 재활용 방식의 한계성을 극복할 기술로 품질 저하와 소재 제한이 없는 화학적 재활용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크게 3가지로 열분해, 해중합, 고순도 폴리프로필렌(PP) 있다.
이중 열분해는 폐비닐 등을 300~500℃ 이상의 고온으로 분해해 재활용 원유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이때 생성되는 것이 열분해유로, 이 기름에서 PP 또는 나프타 등을 추출해 연료로 사용하거나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한다.
열분해유는 재활용 횟수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열분해유로부터 재탄생한 PP 비닐에서 다시 열분해유를 추출해내고 이를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작업이 가능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폐플라스틱은 자연 분해가 되지 않아 소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각 대신 열분해 처리를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5%까지 낮출 수 있다.
정부도 열분해유 시장 활성화에 적극 지원하기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가 법적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그간 연료로만 사용했던 열분해유가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이용될 수 있게 됐다. 열분해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고려해 탄소배출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침도 마련할 예정이다.
환경부는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비중을 2021년 0.1%에서 2030년에는 10%로 높일 계획을 밝혔다. 목표를 달성한다면 폐플라스틱 열분해 처리 규모는 2025년 31만t, 2030년에는 9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열분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진출로 고성장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석유화학 및 정유사들도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관련 기술 개발과 생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울산 ARC와 충남 당진에 각각 6만6000t 규모의 열분해유 1·2 공장을 건설 중이다. LG화학도 당진에 연 2만t 규모의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짓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울산 2공장에 11만t 규모 중합 생산 설비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여수 공장에 5만t 규모 열분해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기존 정유 공장에 열분해유를 원유화 함께 투입해 친환경 나프타, PP 등을 생산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계열사 HD현대케미칼, HD현대OCI와 기존 정제설비를 활용해 폐타이어 열분해유를 정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타이어 원료를 생산 및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올해부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