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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막걸리처럼 ‘소주도’…잔술 판매에 엇갈린 반응


입력 2024.03.26 07:20 수정 2024.03.26 07:20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기재부, ‘주류 면허 법률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이르면 다음달부터 가능…무알콜 음료도 유통 가능

주류업계, 소비자 선택지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외식업계‧소비자 “일 손 늘고, 위생 측면서도 우려”

서울 한 식당의 모습.ⓒ뉴시스

정부가 식당에서의 ‘잔술’ 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주류업계에서 엇갈린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늘리고, 주류 시장에서 소주 역시 형평성을 갖는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지만 현실화 측면에서는 우려점도 만만치 않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0일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에 해당하는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의 범위를 규정하면서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를 명시했다.


또 종합 주류 도매업자가 비알콜·무알콜 음료를 주류와 함께 음식점 등에 공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까지는 무알콜 맥주 등을 판매하기 위해 직접 마트에서 구매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주류 도매업자로부터 무알콜 음료를 유통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잔술’ 판매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가능해진다. 식당에서 와인이나 청주 등의 잔술 판매가 흔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내부 규정을 통해 이를 허용해 왔는데 시행령을 고쳐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현재 이미 레스토랑과 bar(바), 주막 등에서는 와인과 막걸리, 위스키 등에 대한 잔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앞서 ‘주세법 기본통칙’ 개정안이 있었다. 지난해 1월 과세 당국에 따르면 국세청은 ‘잔에 담아 팔 수 있는 술’의 범위를 ‘칵테일과 맥주’에서 ‘주류’로 확대했다.


그 전까지는 맥주를 제외하고 제조장에서 병이나 캔에 담아 출고한 술을 판매하는 사람이 임의로 가공해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와인·위스키 등을 1잔씩 판매하는 와인바·위스키바는 주세법상 불법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이를 배경으로 주류업계서는 소주 역시 형평성 있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본격 시행될 경우 시장이나 포장마차, 국밥집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잔술 판매는 이미 다른 주종을 중심으로 허용돼 왔기 때문에 소주 역시 형평성 측면에서 바뀌어야 맞고, 그런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드시 병으로 사서 마셔야 했던 술을 잔으로 사 마실 수 있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음식점 냉장고에 소주와 맥주가 넣어져 있다.ⓒ뉴시스

다만 ‘잔술 시장’이 확산될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소주처럼 아직 한 잔 단위 판매가 익숙하지 않은 주종까지 잔술을 내놓는 것은 전적으로 자영업자들의 판단에 달려 있는 데다, 한 번 오픈한 소주를 얼마나 기한을 두고 판매할지 등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는 잔술 문화보다는 나눠먹는 술 문화가 일반적”이라면서 “증류주는 오래두고 판매할 용량은 아니다. 한 번 오픈하면 알코올이 날아가는 문제 등이 있어 잔술을 팔더라도 하루 소진할 양을 정해서 판매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외식업계 역시 회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가뜩이나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 수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가운데, 일거리만 늘어난다는 지적이 크다. 쉽게 말해 술과 관련된 법은 현실과 늘 괴리감이 있다는 것이다.


강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50대)씨는 “가뜩이나 내부에 일 손이 부족해 술도 셀프로 갖다 먹는 걸로 바꾼지 오랜데, 한 잔씩 판매하면 일거리만 늘어날 것 같다. 생각만 해도 성가시고 귀찮다”며 “잔술이 가게 매출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B(40대)씨도 “잔술은 30년 전 유행했는데 어느 순간 남은 소주를 모아서 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다 없어진 것으로 안다”며 “소주 한 병에 7잔 정도 나오니 한 잔에 1000원씩은 받아야 하는데 이걸 누가 돈 주고 사먹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소주 잔술’에 자영업자들의 기대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요즘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며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지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도 반응이 석연치 않다. 소주의 경우 마시다 남기고 간 술을 모아다 판매할 수도 있고, 서로 다른 제조사의 술을 섞어도 맛을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위생 문제 등 다양하고 찝찝한 요인이 뒤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여의도 소재 직장인 B(30대)씨는 “막말로 소비자가 한 병 값을 지불하고 마시다 남긴 술을 모아다 또 팔면 식당만 이득 아니냐”며 “제조사 두 곳을 섞어서 팔아도 소비자는 맛 구분도 어렵고 문제가 많아 굳이 소주를 잔으로 가격을 지불하고 마시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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