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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넘어 차를 향해... 부품사들의 이유 있는 변신


입력 2024.03.26 06:00 수정 2024.03.26 06: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국내 IT 부품기업들, 성장하는 전장 시장 진출

특정 고객사 의존도 줄이는 효과에도 주목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PT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

모바일과 IT기기 위주 제품을 만들던 국내 부품사들이 전장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점차 침체되는 IT 시장과 달리 전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 차량의 성장이 예고돼있어 시장이 큰 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IT 부품회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은 향후 몇년 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전장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과 함께 연구개발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최근 주총에서 "지난해 10%대였던 전장 매출 비중을 내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장 사업 확장으로 인해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고객사가 연 50군데 이상"이라는 후문도 이례적으로 밝혔다. 고객 다변화로 안정적인 매출 포트폴리오를 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한 것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모바일 중심의 사업을 전장으로 본격 확장하고 있다.IT용보다 전압이 높은 전장용 고압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개발해 차량 고객사 확보에 나선 상태다. 전기차용 고압 MLCC 시장 규모는 2024년 40억 달러에서 2029년까지 약 110억 달러로 연 평균 약 2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루오션이다.


앞서 회사는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한 차량용 카메라모듈 기술을 공개적으로 알리며 '차량 부품 회사'라는 목표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영하 30도에도 1분 만에 녹는 히팅 카메라모듈을 개발해 연내 생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메라모듈은 스마트폰,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고화질, 소형/슬림화 및 저전력화, 고강성 등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필요하다.


삼성전기는 렌즈설계 및 금형기술, 고성능 엑츄에이터 제조 등 카메라모듈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현재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카메라모듈을 공급 중인데, 이처럼 모바일에서 축적한 기술을 토대로 고신뢰성의 차량용 카메라모듈을 개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거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실제로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는 2023년 31억 달러에서 2030년 85억 달러로 연평균 약 13.8% 성장할 전망이다.


불황임에도 역대급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기 지난해 연구개발 비용은 5878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6.6%에 달했다. 연구개발 비용은 전년도 대비 2% 가량 상승했고, 매출액 대비 비중 역시 전년도보다 0.5%p 올라선 상태다.


21일 서울 마곡 LG이노텍 사옥에서 문혁수 대표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임채현 기자ⓒ

LG이노텍 역시 노선은 비슷하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5년 내 전장 매출을 5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2조원을 밑도는 매출을 약 3배 가량 올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LG이노텍의 주력 제품은 모바일에 공급되는 카메라 모듈이다. LG이노텍은 흔히 경쟁사로 비교되는 삼성전기보다 유독 특정 고객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실적이 모바일 시장 경기 흐름과 비슷하다.


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매출 20조 6053억원 가운데 83.9%가 광학솔루션사업부 매출(17조 2898억원)로 나타났다. 이어 기판소재사업부 6.4% 등이다. 최근 3년간 특정 고객사 의존도가 높다는 주변 우려에 문혁수 대표는 "모바일에서 있었던 매출은 10년 전부터 사이클을 잘 타서 성장을 했던 것"이라며 "저희가 다른쪽이 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 코로나 3년간 모바일 쪽이 유독 폭발적으로 성장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낮아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문 대표는 "또한 "아직 성과가 크지 않지만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비롯한 자율주행 부품을 많이 준비해 왔다. 고객사와 협력해 사업을 키워갈 것"이라며 "반도체, 자동차 로봇 등의 분야에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모바일 시장에서의 경험을 확장해 이들 분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최근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외에 FC-BGA(플립침 볼그리드어레이) 분야에도 후발주자로 뛰어든 상태다. 반도체 고부가 기판인 FC-BGA는 최근 성장하는 AI(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발맞춘 핵심 전자 부품이다. LG이노텍은 해당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LG전자로부터 인수한 구미4공장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난달 첫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이제 양산을 시작한 만큼 의미있는 매출 시기는 빨라야 올해 8월 정도로 회사는 예측하고 있다.


문혁수 대표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도체 기판과 관련한 사업 방침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북미 반도체 기업이 주요 고객사로 있는데 유리기판에 관심이 높아 이를 준비하고 있다. 그 외 기판과 관련한 신사업의 경우 시작이 다소 늦은 만큼 외부 협력을 통해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다만 기판 및 전장 쪽과 관련해 올해 큰 투자 계획은 없고 통상적 수준의 투자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 '직사각형' TV와 모바일·노트북 등 IT 기기에만 부품을 공급하던 디스플레이 업계도 차량용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뿐 아니라 최근 차량 대시보드를 포함한 전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을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 포르쉐, GM 등의 업체들과,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에 패널을 공급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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