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스페이스·루미르 등 연내 코스닥 입성 목표
동종업계·적자기업 상장...증권사 역량 시험대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우주산업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도 기업공개(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주항공산업을 육성하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적기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주관사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주항공 기업들이 이르면 연내 증시 입성을 목표로 상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우주 분야 스타트업(신생벤처) 1호 상장사인 컨텍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데 이어 올해 우주항공 IPO가 적극 추진되고 있는 분위기다.
주관사 선정을 마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우주항공 기업으로는 이노스페이스(미래에셋증권), 루미르(NH투자증권),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한투·KB증권), 나라스페이스(삼성증권), 덕산넵코어스(대신증권), 키프코전자항공(DB금융투자) 등으로 다양한 주관사가 포진해 있다.
이는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상장을 추진하면서 저울질 끝에 각기 다른 주관사를 선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는 통상 이해관계 상충 방지를 위해 동종 업종 기업의 상장 주관을 겸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업종이 겹치면 충분한 지원을 받기 어렵거나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어 이를 피한 것이다.
다만 동종 업계의 기업들이 나란히 IPO에 나선 만큼 주관사들의 역량이 이번 IPO 흥행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루미르와 나라스페이스는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업체다.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각각 하이브리드 로켓 엔진, 액체 연료 기반 소형 로켓을 개발하고 있다. 덕산넵코어스는 위성항법 수신기, 키프코전자항공은 레이더·위성통신 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이다.
이미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은 우주항공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해왔다. 키프코전자항공은 최근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유치해 총 130억원을 투자 받았고 기업가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키프코전자항공은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상장 작업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은 이노스페이스다. 국내 최초로 민간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이노스페이스는 지난해 12월 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1분기 중 심사 문턱을 넘을 경우 상반기 증시에 상장될 수 있다.
이노스페이스의 누적 투자금은 700억원으로 지난해 프리 IPO에서 25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외에도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는 570억원, 루미르는 405억원을 투자받았다. 누적 투자금 135억원의 나라스페이스는 15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과거 우주항공산업은 막대한 비용에 비해 불확실성이 크고 실적이 없어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낮았다. 그러나 ‘한국판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인 우주항공청(KASA)이 오는 5월 27일 공식 출범하는 등 정부 차원의 육성이 강화되면서 유망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우주항공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세계 시장의 약 1%(10조원) 수준인 점유율을 오는 2045년 약 10%(420조원) 규모로 늘리고 현재 700개 수준의 우주항공 기업 규모를 20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올해 우주개발에 9923억원을 투입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보다 13.6% 늘어난 규모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우주항공 기업은 대부분 적자 기업으로 기술성 특례 제도를 활용하고 있어 주관사들의 역량에 더 무게가 실린다”며 “증권사들의 유망 산업 역량에 대한 평가를 좌우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고 상장 경험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IPO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