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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설득력" vs "일방통행 전형" 윤 대통령 '대국민담화' 놓고 엇갈린 평가


입력 2024.04.02 00:10 수정 2024.04.02 00:10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9전 9패 과제 뚝심 있게…정치 효용감

vs 민심, 국민의 입장은 조금도 모르나"

4·10 총선 앞두고 '尹의 한 수' 어떤 결말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의과대학 증원을 비롯한 의료 개혁과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개혁 대국민담화를 향한 여야 정치권의 평가는 몇 갈래로 나뉘었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합의안을 향한 대통령의 메시지"였다는 시각도 있는 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대 증원 2000명 고집과 변명에 불과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 대선 때는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하는 강골 기질'이 강한 인상을 남겨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지만, 4·10 총선을 앞두고 '정권 심판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한 수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강한 리더십에 대한 열망과 유도리를 더 갖춰야 했다는 지적이 번갈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고 했다. 또 "현재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은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계를 향해선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다소 유연해진 입장도 밝혔다. 또 "불법 집단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합리적 제안과 근거를 가져와야 한다"며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절차에 맞춰 진행하는 것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중단하거나 멈출 수는 없다"고도 강조했다.


용산의 입장에 일부 여당 후보들은 난색을 보였다.


함운경 국민의힘 서울 마포을 후보는 윤 대통령의 담화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에서 손 떼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만 집중하시라"고 비판했다. 또 "오늘 대국민담화는 한 마디로 쇠귀에 경 읽기"라며 "말로는 의료 개혁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생명권을 담보로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누가 동의하겠느냐. 이제 더 이상 윤 대통령께 기대할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정운천 전북 전주을 후보는 이날 "의대 정원 문제도 이제 직접 대화에 나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에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고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의료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페이스북을 통해 "근본 없이 흘러다니다가 이 당에 들어와서 주인 행세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 우리가 만든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느냐"라며 "능력이 안돼 선거에서 밀리면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면서 읍소라도 하라"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대통령 탓하며 선거하는 여당 후보치고 당선되는 것 못 봤다"며 "선거 지면 모두 보따리 싸야 할 사람들이 선거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대통령 탓할 생각으로 선거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은 대체로 공감하는 기조다. 여당 관계자는 "다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시간"이라며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절실하게 민심에 반응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대통령께서 생각을 밝히셨으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최근 여러 이슈를 해결하듯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이야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대전 동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고속철도(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묵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은 우호적이다. 지난 2월 1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확대하는 것에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답변이 76%를 기록했다. 야당 지지자들로부터도 확실히 추진해 지역·필수 의료 공백을 해결하길 기대한다는 반응이 많았다. 9전 9패 어려운 과제를 뚝심 있게 이어가는 정부의 모습은 유권자가 느낄 수 있는 뿌듯함을 느끼게 했다는 평도 나왔다.


다만 우려도 크다. 3월 14일 한국갤럽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인식을 보다 세부적으로 알아보는 조사를 시행했다.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규모와 시기를 조정한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41%)'는 의견이 절반 가까이였다.


이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속내 또한 미묘하다. 총선 직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곧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 윤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했던 '강한 기조'를 유지하면 야당이 중도층을 유인할 또 하나의 방법이 생긴다. 야당 캠프 관계자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과 안 한 게 오히려 우리 측에는 호재일 수 있다"고 했다.


일단 야권은 대통령이 민생과 거리를 두고 있다며 화력을 키울 셈이다. 강민석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본부 대변인은 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50분간 혼자서 일방적으로 자화자찬하는 자리였다"며 "또다시 주요한 국정 현안에 대해 기자회견 대신 대국민담화 형식을 택했고, 기자와의 문답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선·아집·남탓하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윤 대통령은 물가가 마치 안정적으로 잡힌 상태인 것처럼 말하면서 '대파 875원'의 인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의사 출신으로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을 지낸 신현영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전향적 태도 변화로 의료대란을 막고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역시나 마이동풍 정권임을 확인시켜주는 담화"라며 "2000명 숫자에 매몰된 불통 정부"라고 꼬집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도 SNS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는 적극적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 일방통행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이지수 조국혁신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심, 국민의 입장은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를 놓고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평하며 의사 집단엔 협조를, 정부에겐 유연한 태도를 당부했다.


홍 시장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의 담화를 언급하며 "정부의 의료 개혁 정책에 허심탄회한 협조가 오늘을 살아가는 지성인들의 올바른 자세라고 보인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도 유연성을 갖고 상대를 굴복시키기보다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정부에도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또 "선거를 앞둔 야당이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보면, 정부의 의료개혁정책 방향이 맞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며 야당을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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