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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악플과의 전쟁’에 끝이 있을까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4.04.14 07:00 수정 2024.04.14 07:00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악플이)한 사람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고, 이로 인해 아티스트가 큰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국내외로 대규모 고소를 진행해 선처나 합의 없이 법적으로 처벌받도록하겠다”


가수 겸 배우 보아는 최근 쏟아지는 악플을 견디다 못해 오죽하면 은퇴까지 입에 올렸다. 자신이 응원하는 아티스트의 마음에 난 상처가 드러나자 팬들은 곧장 아티스트를 보호할 의무가 있는 소속사에 책임을 물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위치한 성수동에서 20여년째 악플을 방치해온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는 트럭시위를 연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가 대규모 소송을 시작한 것도 이런 팬들의 요구와도 무관하진 않다.


ⓒ채널A

소속사의 강력한 소송도 악플을 완전히 끊어내는 수단이 되진 못한다. 사실상 이미 아티스트가 악플 피해를 입은 이후 가해자를 찾아 처벌을 하는 수준인데, 그 처벌 수위가 무겁지 않고 그마저도 합의를 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악플은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최근엔 유튜브 등 해외에 기반을 둔 외국계 플랫폼을 통한 가짜뉴스와 악플이 이어지면서 악플러의 신원 파악부터가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최근 아이돌 그룹 소속사를 중심으로 미국 법원에 유튜버 신원 공개 명령을 받아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긴 하다. 이른바 사이버 렉카를 철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가장 먼저 아이브 장원영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의 운영자 박모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1월 국내 법원은 박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장원영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도 최근 미국 법원에 악성 게시글을 유포한 유튜버 사용자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구글에 명령해 달라고 요청했고, 보아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 역시 미국 법원에 악성 유튜버 등에 대한 신원 공개 명령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악플과의 싸움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타들을 괴롭혀왔다. 가수 겸 배우 설리, 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 카라 출신 구하라 등 많은 스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악플이었고, 현재 스타들의 마음을 병들게 하는 여러 요인들 중 하나도 악플이다. 사회도 문제의 심각성을 짚으면서 여러 변화를 거쳐왔다. 특히 설리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부터 다음과 네이버를 중심으로 포털 사이트의 연예 뉴스 댓글이 폐지된 것이 대표적이다.


그때도, 지금도 업계에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영악한 돈벌이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실상 연예인의 악플러와의 싸움에 끝을 짐작하긴 어렵다.


명심해야할 점은 연예인은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도, ‘화풀이 대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 역시 ‘사람’이다. 때문에 그들에게 (악플 등으로) 정신적·경제적 피해를 입혔다면 그에 맞는 처벌을 강제하고, 강화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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