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헤게모니 장악한 상태서
5월 원내대표·8월 당대표 선출
박지원 "李, 당연히 연임해야"
국회의장 후보군도 친명일색
4·10 총선 압승으로 '이재명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5월 원내대표와 8월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있다. 차기 지도부 선출이 연이어 예정됨에 따라 22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두 일정 중 먼저 이뤄지는 원내대표 선출에서 '친명(친이재명) 선명성을 누가 더 발휘하느냐'가 당락을 결정할 키포인트로 거론되고 있다. 이후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통해선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벌써부터 군불이 때어지는 중이다.
22대 국회에서 민주당 단독으로만 175석 대승을 이룬 가운데, 범친명계의 대거 생존은 물론 초선 의원들 중에도 친명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입지가 더 공고해지고 연임설까지 제기되면서, 이 대표와 대진이 부담스러운 차기 당권주자들은 도전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또한 친명이 장악한 당에선 원내사령탑, 최고위원 등 새 지도부 구성도 친명 일색으로 이뤄질 것이란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도부에선 조정식·정청래·박찬대·서영교·김병기·장경태 의원이 22대 국회에도 입성했다. 친명계 박정현 지명직 최고위원도 당선됐다. 이재명 대표 측근 그룹인 7인회에서는 정성호·김영진·문진석 의원 등이 자리를 지켰으며, 이 대표의 '법률 호위무사'를 자임한 양부남 전 고검장을 비롯해 박균택·김기표·이건태·김동아 등 '대장동 변호사' 5인방도 모두 당선자에 이름을 올렸다.
정진욱·김문수·김현정 특보 등 당대표 특보 출신 인사들도 원내 입성을 앞두고 있다. 친명계 원외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에서는 김우영·부승찬 당선인 등을 배출했다. 범친명계로 범위를 확대하면 100여 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정권심판론과 친명체제 공고화에 힘입어 국회에 들어온 것으로 추산된다. 또 '여전사 3인방'으로 불렸던 추미애·이언주·전현희 당선인 모두 22대 국회 금배지를 획득했다. 경기지사 시절 측근으로 꼽히는 모경종·이재강·윤종군·조계원·안태준 당선인도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의 전진 배치로 이 대표는 20대 대선, 6·1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사법리스크(백현동·대장동 개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 등), 비명학살 등 사당화 논란으로 입었던 '리더십 타격'을 극복하게 됐다.
이와 관련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인은 15일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면 당연히 해야 하고 연임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SBS라디오 '정치쇼'에서 '당대표의 연임은 전례가 없다'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대선후보가 되려면 1년 전에 당대표를 사퇴한다(고만 돼있다). 그걸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은 이재명 대표를 신임하고 그 리더십이 이번 총선의 승리를 가져다줬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재명 대표가 본인이 원한다면 당대표를 해야 된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가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할 시에는 5선을 달성한 정성호·우원식 의원, 4선을 달성한 정청래 최고위원 등의 이름이 언급된다.
공천 과정에서 '친명횡재 비명학살'이란 비판까지 제기된 만큼 내부 통합을 할 인사가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에 비춰 상임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이번 총선을 이끈 김부겸 전 국무총리, 서울 중·성동을에 도전했다가 컷오프(공천 배제)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3번의 경선 과정을 치르고도 고배를 마신 재선 박용진 의원의 이름 또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다만 비명계 의원들이 공천 과정에서 줄줄이 탈당·공천배제 된 만큼 친명계가 22대에도 지도부를 연이어 장악할 가능성이 더 크게 점쳐지는 기류다.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싼 시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출 친명계 인사가 원내사령탑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다.
민주당은 다음달 말 홍익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야 하며, 이 일정은 오는 5월 둘째주로 계획하고 있다. 원내대표는 통상적으로 3선 이상 중진이 맡는 가운데, 국민과 당원이 모두 참여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의원들의 투표로만 선출된다. 의원들의 친소관계·계파 등이 영향을 미치며 친명 중에서도 '찐명'을 가리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3선을 달성한 이들 중 친명으로는 당 수석사무부총장을 맡았고 총선에서 후보자 검증 실무를 도맡았던 김병기 의원, 이해찬계이자 인재위원회 간사를 맡아 활동한 김성환 의원, 7인회 출신 친명인 김영진 의원, 이 대표와 지도부에서 보조를 맞춰온 박찬대 최고위원 등이 원내사령탑 하마평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원내수석을 맡았던 박주민·진성준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계파색이 옅은 3선 중에는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병도 의원의 이름도 거론되는데, 한 의원은 비명과 친명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도 평가된다.
4선을 달성한 이들 중에는 총선상황실장을 맡아 선거 전반을 관리한 김민석 의원도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이외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6선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사무총장 모두 친명계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