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그놈의 AI가 뭐길래"…뒤바뀐 판에 팔자 바뀐 기업들


입력 2024.04.21 06:00 수정 2024.04.21 06:0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SK하이닉스, AI칩 핵심부품 HBM 수혜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이재용 회장 '한국 최고 부자' 등극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그룹 '변방'에서 '핫플'로

SK네트웍스, SK렌터카 매각하고 AI에 역량 집중

인공지능(AI) 이미지. ⓒ픽사베이

작년 이맘때, 하다못해 연말이라도 엔비디아 주식을 사놓을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AI(인공지능) 열풍이 이처럼 거셀 줄 누가 알았을까.


엔비디아, TSMC 등이 AI 열풍 속 세계적인 수혜주로 떠오른 가운데, 국내에도 AI로 ‘팔자가 바뀐’ 기업들이 여럿 있다.


"SK하이닉스,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SK하이닉스는 국내 대표적인 AI 수혜주다. AI칩의 절대강자가 엔비디아라면, AI칩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원활한 연산작업을 돕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선두주자는 SK하이닉스다.


엔비디아 AI 칩인 H100에 최적화한 4세대 HBM인 ‘HBM3’를 하이닉스가 가장 먼저 내놓으며 둘은 파트너가 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 3월 27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제 7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HBM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주총 온라인중계 캡처

그 덕에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1등을 너무도 당연히 여겼던 삼성전자는 만년 2인자였던 SK하이닉스에게 HBM 시장에서만큼은 밀리는 굴욕을 겪게 됐다.


물론 삼성전자는 진일보된 고용량 적층 기술을 앞세워 뒤쳐진 스코어를 만회할 기세지만 갑자기 불어 닥쳐 1등 역사에 오점을 남기도록 만든 AI 열풍이 원망스러울 만도 하다.


AI 덕에 한국 최고 부자 된 이 사람

비록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긴 했지만 삼성전자 역시 AI 수혜주인건 마찬가지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HBM은 물론, 세계 2위에 해당하는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GPU 위탁생산으로 대박을 기대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데일리안 DB

그 덕에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며 대주주인 이재용 회장은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가 선정하는 한국 50대 자산가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놀랍게도 이 회장은 그동안 포브스 부자 순위에서 국내 첫 순서로 이름을 올리지 못했었다.


이 회장의 순자산을 115억 달러(약 15조 8100억원)로 파악한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AI 컴퓨팅에 사용되는 메모리 칩을 개발한다는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다”며 “올해 자산 가치가 가장 크게 상승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우리 그룹에 AI 수혜주가 있었다니!"

주식에 관심이 있는 HD현대그룹 계열사 직원이면서 AI 열풍으로 수혜를 못 봤다면, 밖에서 엔비디아를 놓친 이들보다 더 원통할 일이다. 내부에 엄청난 수혜주가 있었는데 몰랐으니 말이다.


2017년 HD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가 인적분할돼 출범한 HD현대일렉트릭은 상장 직후만 해도 시가총액 6000억원 수준의 작은 회사였지만 지금은 시총이 8조원대까지 치솟았다. 모태인 HD현대중공업의 시총 10조원대와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고, 모기업 HD현대의 두 배에 육박한다.


HD현대일렉트릭의 초고압 변압기 ⓒHD현대일렉트릭

변압기 등 중전기를 만드는 이 회사가 어울리지 않게도 AI 열풍을 제대로 타면서 기업 가치도 급등했다.


대량의 전기를 먹어치우는 AI서버가 세계 곳곳에 들어서면서 변압기 수요가 폭증한 것이다. 변압기가 없어서 못 파는 ‘귀하신 몸’이 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미래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AI와 연관 없으면 팔아버려"…AI에 '몰빵' 한 이 회사

SK그룹 계열 종합상사에서 렌탈 전문기업으로 변신했던 SK네트웍스는 렌탈 사업의 핵심이었던 SK렌터카를 매각키로 했다. 지난 16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선정했다.


연간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를 팔아버리는 이유는 ‘AI 사업과의 연계성 부족’ 이었다. 회사측은 “SK렌터카의 사업 모델과 향후 전략(AI) 연계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매각대금을 미래 성장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 2월 16일 여의도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AGM) 현장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진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

그동안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망 기술 기업들을 들여다보던 SK네트웍스는 AI를 미래를 걸 만한 최적의 영역으로 판단하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지난 2월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AI 중심 사업형 투자회사로서의 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SK매직, 엔코아, 워커힐 등 계열사들의 AI 연계 혁신 방향성도 발표했다. 하지만 SK렌터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AI 열풍이, 한때 주력이었던 계열사를 매각 대상으로 전락시킨 사례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