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상승세 장기화…수도권 중심 갭투자 증가
서울 외곽지역도 1억원대 갭투자 움직임
“시세차익 노리기 보단 실수요 목적…대세적 흐름은 어려워”
아파트 매매가격이 주춤하고 전셋값 강세가 장기화하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02% 오르며 일주일 전 상승폭을 유지했다. 서울·수도권도 각각 0.07%씩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세사기 여파로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호현상이 뚜렷해지고, 각종 개발 호재가 예정되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염두에 두고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매하는 방식이다.
아실에 집계를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1년간 갭투자 매매거래가 증가했다.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은 ▲경기 화성시(468건)로 전체 7169건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이어 ▲충남 천안 서북구(347건) ▲경기 수원 영통구(33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인천 서구(321건), 경기 평택시(316건), 충남 아산시(310건), 인천 연수구(300건), 경기 성남시 분당구(284건) 등 지역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수원 화성 느치미마을주공2단지 전용 59㎡는 지난 3월 11일 2억9800만원에 매매됐다. 이후 18일 2억6820만원에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이가 30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이보다 앞서 2월 25일 충남 천안 소재 쌍용마을뜨란채 전용 59㎡는 1억1800만원에 매매됐는데, 이후 한 달 뒤인 3월 24일 1억800만원에 전세계약을 맺었다. 갭이 1000만원에 그친다. 수원 영통구 영통에듀파크 전용 73㎡는 2월 5억6200만원에 매매됐는데, 같은 달 4억95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격차는 6700만원으로 이 가격에 집을 사들인 셈이다.
서울에서는 토지거래허가제로부터 자유로운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1억원대 갭투자가 속속 나오고 있다. 노원구 소재 공릉3단지라이프 전용 34㎡는 지난 3월 3억1200만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열흘 뒤 1억9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구했다. 갭은 1억2200만원 정도다.
같은 지역 은빛1단지 전용 59㎡는 3월 25일 4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틀 뒤 3억1000만원에 전세로 나갔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는 1억4000만원이다.
전셋값 상승 압력이 한동안 이어질 것을 고려하면 갭투자도 점차 늘어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에서 이뤄지는 갭투자 매매방식은 부동산시장 호황기 활발하게 이뤄지던 투자 목적의 갭투자와는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GTX 개발 등 교통망 호재가 반영돼 향후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뛰어든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실거주 목적이라는 것이다. 집값이 아직 바닥을 다졌다고 보기 이른 만큼 갭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힘들단 견해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전세사기 여파로 연립은 월세로 다 전환됐고 오피스텔도 비슷한 상황이다. 아파트만 갭투자가 조금 이뤄지는 모습”이라며 “다만 서울에서 100건이 거래되면 3~4건 정도, 그 비중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은 투자 목적이 아닌 실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이 향후 2~4년 뒤에 엄청나게 오를 거라는 생각이 많지 않고 갭투자를 해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당장 들어갈 수 없으니 나중에 들어갈 생각으로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이라며 “서울은 그래도 대부분 매매와 전셋값이 3억원 정도 갭이 있다. 1억원 이하에서 보통 갭투자가 이뤄지는데 3억원은 갭투자하기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지방은 갭이 굉장히 작지만, 물량은 많고 수요가 적어 대세적인 흐름으로 굳어지긴 어렵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