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I, 2022년 中국방예산 美국방비와 엇비슷한 수준
中 2290억 달러로 공식 발표…실제론 7106억 달러
군사관련 R&D, 民·軍 이중용도 기술 부문 등 빠져
사이버스파이, 국유기업 의존 고려하면 더 많을 듯
중국이 해마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발표하는 그해 국방예산이 실제 규모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 때문에 중국의 국방비가 이미 2년 전에 미국의 국방예산과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중국의 2022년 국방예산이 실제로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미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3일 보도했다. 중국 재정부가 올 3월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대에 보고한 올해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국방비 지출액은 전년보다 7.2% 증가한 1조 6655억 위안(약 315조원)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지난 5년간 국방예산 지출을 매년 6.6~7.5%씩 꾸준히 늘렸지만 미국 의회가 승인한 미 국방예산의 30%에도 못 미쳤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공식적인 국방예산 증가율은 2020년 6.6%, 2021년 6.8%, 2022년 7.1%, 2023년 7.2%로 올해까지 합치면 국방예산 증가율이 3년 내리 7%대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의 실제 국방예산은 이보다 3배 이상 많다는 게 AEI의 연구결과다. AEI의 ‘중국 국방예산의 실체를 벗긴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2022년 국방예산 구매력은 7106억 달러(약 97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규모는 중국 정부가 2022년 3월 발표한 그해 정부 예산안 속의 국방예산(2290억 달러)의 3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같은 해 미국의 국방예산 7422억 달러와 엇비슷한 규모다.
미국 정부가 해마다 세부내역을 공개하는 것과는 달리 중국 정부는 전체 규모만 공개하고 훈련과 유지, 병력 및 장비 등 항목으로 나눠 부정기적으로 발표한다. 이번 연구는 중국 정부가 2020년 유엔에 제출한 가장 최근의 보고서에서 군사관련 지출이 포함된 이들 항목에 할당된 자금비율을 톺아보고 추산했다고 AEI는 밝혔다.
AEI는 중국의 2022년 발표치에 대한 비율을 추정하고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의 근로자 간 구매력 평가, 임금 격차를 조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미국의 구매력 차이와 예산에 들어있지 않은 중국의 군사관련 지출을 포함하면 이 같은 규모가 도출됐다고 AEI는 설명했다.
특히 이와는 별개로 중국 군사력에 기여하는 숨겨진 대규모 지출이 있다고 AEI는 지적했다. 다양한 준(準)군사조직을 비롯해 군사관련 연구·개발(R&D)과 인공위성 같은 민간·군수 이중용도 기술, 퇴직군인 연금 등의 부문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준군사조직에는 내부 국가안보를 다루는 인민무장경찰과 150척 이상의 선박을 기반으로 난사군도(南沙群島) 등 남중국해와 센카쿠열도(중국명 釣魚島) 등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지에서 전력을 투사하는 해안경비대가 포함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인민무장경찰과 해안경비대 예산 추정치는 각각 452억 달러와 21억 달러 규모다.
이와 함께 ▲항공우주예산(군민융합 전략에 따라 우주군, 군사위성, 대우주능력 관련 지출을 포함) 210억 달러 ▲군 제대와 퇴직 및 연금 461억 달러 ▲남중국해 군사시설 건설(10억 달러)과 무기 수입(8억 700만 달러) 등에 18억 달러 이상 ▲군사 R&D 부문에 458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중 군사 R&D 부문은 군민융합 전략, 사이버 스파이 활동, 국유기업 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더 높을 수 있다고 AEI는 추정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늘린 국방비를 군현대화 작업에 쏟아부었다. 이로써 중국 인민해방군이 보유한 전함 수는 미 해군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5세대 전투기와 스텔스 폭격기를 개발하고 핵탄두와 탄도미사일 비축량도 늘렸다. AEI는 "미국인들은 미군이 모든 경쟁국에 앞선다고 너무 쉽게 믿는다"며 "잘못된 통계가 세계 1위 국방비 지출국 미국이 다른 상위 10개 지출국 전체 합친 것을 훨씬 뛰어넘는다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주도한 매킨지 이글렌 AEI 연구원은 “중국이 군사·민간 융합 및 이중용도 기술투자를 통해 거액을 지출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중국의 군사부문 투자를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런 형태의 군사비 지출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런 형태로 중국의 국방예산 집행이 지속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서 국방 부문에서 중국이 미국을 조만간 추월할 수 있다는 것을 뚯한다. 이글렌 연구원은 "지난 10년 동안 중국은 정교한 미사일 전력을 빠르게 구축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해군을 건설해 미국을 능가했으며, 다른 많은 주요 국가 안보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거나 심지어 능가했다"고 평가했다.
이런 만큼 중국은 현재 3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4번째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모두 11척의 항공모함(헬기 캐리어 제외)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 보유 규모에서는 아직도 미국이 중국을 압도한다. 그러나 전함은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다. 중국이 모두 350척의 전함을 보유하고 있는 데 비해 미국은 290척의 전함을 보유하고 있다며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불리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더군다나 전 세계 수백 개 기지에 퍼져 있는 미군과 달리 중국 인민해방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는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국군에 수적 우세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기감을 느낀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지지부진한 '국방비 비중 GDP 2% 내외' 목표를 이미 달성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별 국방지출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2.8%), 호주(1.9%)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으로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재무장에 나선 일본도 지난해 7조 9496억엔(약 71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국방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은 앞서 2027년까지 방위비를 모두 43조엔으로 늘려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군사대국에 등극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내놨다. 일본은 1976년 이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해온 원칙도 폐기한 상태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했다. 관영 매체들을 중심으로 '이중잣대'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설을 통해 중국은 수년간 GDP 대비 군사비 비중을 1.5% 이내로 유지했지만, 미국은 3%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1인당 군사비로 따지면 미국이 중국의 15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이어 비(非) 나토국인 일본은 이를 벤치마킹해 방위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며 일본은 올해 방위비를 지난해보다 16.5% 늘려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중국 국방비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고 비난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도 사설을 통해 “미국의 막대한 국방예산이야말로 세계 불안의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초점을 맞춘 서방 언론들의 보도를 이중잣대라고 ‘핏대’를 세웠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