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사 직후 잠행 끝…시점 두고 분분
외국정상 공식 일정, 종교계서 큰 역할도
"제2부속실 설치하고 행적 의혹 해소해야"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총리 오찬 및 불교계 사리 반환 행사 등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김 여사의 이러한 활동 재개가 적절한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 여사는 공교롭게도 의혹 수사를 맡았던 검찰의 고위급 인사 교체 직후 잠행을 끝냈는데, 시점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16일 캄보디아 총리 공식 오찬 자리에 참석하며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네덜란드 순방에 함께 다녀온 후 다섯 달 만이다. 19일 오전에는 경기 양주 회암사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제'에 참석하면서 169일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사의 행보는 윤 대통령이 많은 외교 행사를 앞둔 시점에서 '배우자 외교'에 비중을 두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외교 무대에서 배우자 외교가 활발한 상황에서 소외계층·여성·어린이 등 약자들을 위한 애로사항을 해결하며 윤 정부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는 평가다.
문제는 의도와 다르게 비쳐지기 쉬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 대규모 검찰 고위직 인사가 난 직후에 공교롭게도 김 여사가 공식 활동을 재개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6일 SNS에 "김건희씨 소환은 하고 사건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원조 친윤 검사들을 날리고 그 자리에 무조건 충성을 맹세한 검사들을 꼽은 다음 날, 김 씨가 153일의 두문불출을 깨고 대외활동에 나섰다"며 "이게 우연일까"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19일 "검찰 인사가 김 여사의 면죄부가 될 거라는 오만한 발상을 거두라"며 "지금 영부인은 대통령의 인사권과 거부권 뒤에 숨어 법 위의 존재로 군림하며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김건희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김 여사를 '포토 라인'에 세우고 의혹을 규명하겠단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법무부는 후속 인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중반 차장·부장검사급 인사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 관련 사건을 맡은 일선 수사팀 교체 여부에 따라 파장이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우선 대통령실은 지난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김 여사와 검찰 인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갈등 재점화를 막고 있다. 이번 행사도 불교계에서 김 여사의 행사 참석을 간곡히 당부한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 사리 환지 본처에 김 여사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하더라"며 "행사에 김 여사가 꼭 참석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 11~13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실시한 '김건희 명품가방 수수 의혹' 검찰 수사 신뢰도 조사 결과, '불신한다'는 답변은 63.7%를 기록한 데 반해 '신뢰한다'는 비율은 3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출신의 이상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BBS라디오에서 "여러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공개 행보는 대통령 리더십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며, 필수불가결한 최소한의 부분에 대해서만 나서고 그 외 여러 의혹이 다 정리된 다음 본격적인 활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같은날 CBS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집에서 가사 일만 하는 것이 맞느냐"며,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 외교에서의 역할, 신중하게 하시는 게 맞다. 남은 3년 '영부인 역할 하지 말라' 이럴 수는 없다. 이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의원은 "과거의 행적들에 대해서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게 있다. 대통령실을 성역화 하면 안되고, 있는 그대로 밝히고 또 사과할 부분이 있으면 사과하시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제2부속실을 빨리 설치하고, 과거 행적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