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등 공포에 빠진 K리그1 대전하나시티즌이 다시 황선홍 감독을 불렀다.
대전은 3일 "제15대 사령탑으로 황선홍 전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낙점했다"고 알렸다. 5일에는 감독 취임 기자회견도 가질 예정이다.
황 감독은 구단을 통해 "대전이 (모기업)하나금융그룹과 함께 재창단할 당시 첫 발걸음을 함께 했는데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기분"이라면서도 "팀이 현재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과 책임감도 무겁게 안고 있다. 그동안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빠르게 팀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강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민성 감독은 K리그1 승격(최종 순위 8위)을 이끌었지만, 이번 시즌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 팀을 떠났다. 8년 만에 ‘승격 선물’을 안긴 이민성 감독마저 팀을 떠나야 할 만큼 현재 대전의 성적은 좋지 않다. 지난 3월 말 처음 꼴찌로 추락한 대전은 이후 한 차례 9위 자리에 올랐지만, 최근에는 10~12위권에 갇혀있다.
어려운 상황을 타개할 카드로 대전은 다시 황선홍 카드를 꺼냈다.
선수 시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에 기여한 황 감독은 2011년 지휘봉을 잡은 포항에서 K리그1 1회, FA컵 2회 등 3차례 우승을, 2016년 FC서울 감독으로 다시 한 번 K리그1 우승을 견인했다.
황 감독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대회 3연패를 지휘했고, 손흥민-이강인 마찰이 일어난 A대표팀에서도 임시 감독으로서 2경기를 치렀다. 화려한 족적이 있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지만, 대전 팬들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과거 대전에서의 아픔이 있고, 올해도 쓰라린 좌절을 맛본 감독이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시민 구단이었던 대전시티즌이 기업 구단인 대전하나시티즌으로 전환하던 지난 2020년 대전의 초대 사령탑으로 ‘K리그1 승격’이라는 과제를 안았지만, 구단 수뇌부와의 갈등과 성적 부진 탓에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채 팀을 떠난 과거가 있다.
지난 4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서는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에 충격패, 9회 연속 진출했던 올림픽 축구 무대에 한국이 나설 수 없게 됐다. 당시 경기를 마치고 황 감독은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태에서 대전을 구출할 감독으로 데려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론도 있지만, 당장 이 정도 무게감을 지닌 감독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실험적인 인물보다는 검증된 감독이라는 주장이다.
지금은 강등 공포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바닥권에 있지만, 다행히 중상위권과 승점 차가 크지 않다. 대전은 4일 현재 3승5무8패(승점14)로 강등권인 11위에 있지만, 9위 FC서울과의 승점 차는 3에 불과하다. K리그1 파이널A 마지노선인 6위 제주 유나이티드(승점20)와의 승점 차도 6으로 크지 않다.
시즌 중 사령탑에 앉게 된 황 감독 앞에는 6월 A매치 휴식기(약 2주)도 있어 팀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