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정책의 3요소는 정책목표·정책수단·정책대상이라고 한다.
정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며, 목표 실행을 위해 실질적·보조적 수단은 어떤 것을 사용할 것이고 비용부담과 편익을 향유 할 집단은 누구로 설정할지가 정책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정부, 지자체, 체육단체 등이 이러한 요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와 대상을 아무리 잘 설정하더라고 집행 기구, 인력, 예산 등 정책 수단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성과가 창출될 수 없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어떤 공무원이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달라진다는 것을 공공분야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다른 분야도 그러하지만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공무원이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 의지가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체육분야 정부예산은 2022년 기준 총 예산의 0.32%인 약 1.9조 원이지만,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6조 원에 달하며 전체 체육진흥재원의 72.3%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중앙정부 사업이 점차 지방으로 이양될 것이기 때문에 예산 규모나 역할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중요성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상당수 중앙정부 예산은 지방의 체육진흥을 지원하는 사업이며, 지방정부와 예산을 매칭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약 8.4조 원의 체육예산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에 향후 체육 발전을 위해서는 정책수단 중 예산 확대가 가장 급선무지만 투입되는 예산이 잘 쓰이고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방의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의 역량과 전문성 강화도 매우 시급한 과제다.
우리나라의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는 대부분 체육진흥과, 생활체육과, 문화체육과 등의 명칭의 담당부서를 가지고 있으며, 2022년 기준 광역 1,580명, 기초 3,350명 등 약 5,000명의 체육정책 담당 공무원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력 규모로 보면 주요 체육단체(국민체육진흥공단 852명, 대한체육회 259명, 대한장애인체육회 131명)의 약 4배에 달한다. 공무원 인력은 2012년 3,135명에 비하면 최근 10년 동안 약 1.6배가 증가했지만 지방자치단체 체육예산은 2012년 3.9조 원에서 2022년 8.4 조 원으로 약 2.1배가 증가하여 예산 대비 증원은 덜 이루어졌다.
인력 부족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성이다. 지방 공무원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체육행정을 담당하는 인력은 행정직, 기술직, 기능직, 별정직, 계약직이 담당하고 있고 이중 행정직과 기술직이 70.1%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금은 지방공무원에 체육 관련 직렬·직류가 없기 때문에 기술직은 전기, 토목, 건축, 기계 직렬이 배치되어 있고 행정직도 체육전공자가 희소하여 생활체육이나 전문체육에 대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기술직이 주로 맡고 있는 체육시설 조성은 무관심속에 관공서처럼 기계적으로 지어져 활용도가 떨어지는 시설이 많고,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국민체육센터는 전국 212개 중 47.6%, 101개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직접 운영하고 있어 행정업무 뿐만 아니라 시설 운영까지 맡아야 한다. 체육관련 행사나 대회가 주말에 많이 개최되기 때문에 빈번한 주말 근무와 각종 체육시설 이용에서 발생하는 민원 대응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체육관련 부서는 기피부서가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2028년까지 국민들의 생활체육 참여를 7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프라도 늘리고 지원사업 확대도 필요하지만 정책을 최전선에서 수행하는 공무원의 증원과 변화가 필요하다. 체육전공자 등 전문인력이 공무원이 된다면 다른 공무원에 비해 관련 지식 수준도 높고 스포츠에 진심이기에, 정책 소비자인 국민이나 스포츠인과 소통도 원활할 수 있다. 체육에 대한 관심과 이해, 높은 전문성은 정책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방공무원 직렬·직류 체계 개편은 지방정부의 기능 변화와 인사관리의 효율성 제고 측면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데 국민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행정수요는 증가할 것이고 지방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므로 새로운 직렬·직류 신설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4년제 대학교 체육전공 학생수만 약 6만 명, 전문대학까지 합치면 74,500명의 전문인력이 있고 매년 2만 명 넘는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공공분야로 볼 수 있는 체육단체는 채용 인원이 많지 않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나 대한체육회의 경우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달하며 전공을 살려 지방체육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은 막혀있다. 행정, 소방, 경찰 등 유사 직군으로 공직에 진출할 수는 있지만 행정직으로 진출하더라도 전공을 살려 체육행정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는 매우 희박하다.
물론 공무원의 업무 역량과 성과가 꼭 전공에 의해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비전공자지만 체육행정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공무원들이 많고 체육분야 종사자로서 그들의 노력에 진정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국민들에게 보다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성을 살린 효율적 행정을 위해서는 체육전공자들이 지방 체육행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현재 지방공무원 중 일반직공무원은 3개 직군(행정・기술・관리운영직), 46개 직렬, 105개 직류로 구분되어 있는데 행정직군 또는 기술직군에 체육행정 직렬을 신설하거나 타 직렬에 직류를 신설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체육계가 먼저 앞장서서 체육을 전공한 학생들이 공무원이 되어 지방체육정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22대 국회도 이를 적극 추진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