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민방위기본법 개정안 나란히 발의
국민의힘 안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
민주당 안은 '통합방위법에 따른 적' 달라
북한이 지난 8일 밤 오물풍선 살포를 재개하면서, 여야가 최근 발의한 피해 보상 법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가 모두 북한 도발로 인한 피해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지만 원 구성이 지체되고 있어, 실제 법안 처리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오물 풍선 피해 등 북한의 도발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차이점은 '적(敵) 규정의 기준'이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소속 의원 72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의 침투·도발에 의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 피해 지원과 수습, 복구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민방위 사태는 적의 침략이 있거나 전국 또는 일부 지방의 안녕질서를 위태롭게 할 재난이 발생해 민방위 활동이 필요하게 된 때를 말한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는 민방위 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자동차 파손 등 재산상 피해가 있어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개정안은 또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인정하는 피해에 대한 복구 지원 조항도 넣어 조치 대상의 폭도 넓혔다.
이만희 의원은 "야당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제시된 것으로 안다"며 "현행 민방위법은 민방위 사태 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피해의 조치를 하는 것인데, 이번 경우는 민방위 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 측 복구 조치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큰 반대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근거 조항 신설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조항을 건드리지 않고 개정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민주당 등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민주당에서는 모경종 의원이 국민의힘보다 하루 앞서 비슷한 법안을 내놨다. 모경종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민방위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도 '통합방위법'에 따른 적의 침투·도발의 경우 피해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생명과 신체 또는 재산 피해의 기준·절차·금액 등에 관해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모경종 의원은 "북한의 도발로 국민의 피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 근거가 없어 개인이 가입한 보험을 통해 수리해야 하는 현실"이라며 "법안을 통해 국민의 재산과 생명 보호라는 국가의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의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이 북한 도발로 인한 피해 지원 측면에서 더 유연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방위법에 규정된 '침투'는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영토를 침범한 상태를, '도발'은 적이 특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또는 영역에 위해(危害)를 가하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모경종 의원 안은 오물풍선이 '통합방위법상 적의 침투·도발'이 맞냐는 논쟁으로 번질 수 있다"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의 침투·도발에 의해'라고 한 이만희 의원의 안이 더 유연하고 포괄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석의 여지는 있지만, 큰 틀은 상임위에서 협의하면서 해소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