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의협 요구안에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등 담길 듯
‘단일창구’ 강조 의협 전공의와 불협화음…내분 조짐
정부 “원점 재논의 비현실적…국민 눈높이 안 맞아”
의료계가 오는 18일 집단휴진을 앞두고 정부에 요구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정부의 수용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집단휴진을 주도한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정부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예정된 휴진 사태는 막을 수 없다고 정부에 엄포를 놨다.
의료계가 제시할 요구안은 오늘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요구안에는 의대증원 원점 재논의,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만 정부가 원점 재논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간 정부는 의료계가 줄곧 요구하는 원점 재논의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비현실적인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일축해 왔다.
또 의료계의 휴진 움직임은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엄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예약이 된 환자에게 환자의 동의와 구체적인 치료계획 변경 없이 일방적으로 진료예약을 취소하는 것은 진료거부이자 ‘노쇼(No show)’라면서 환자를 가족과 같이 생각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의협 요구안 주목…교수들도 입장 발표
의협은 예고된 의료계 집단 휴진을 철회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의료계가 제시한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전날 ‘제4차 연석회의’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주말까지 정부가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예정된 전국 휴진사태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18일까지 한 번 더 정부의 입장을 기다려 보고 거기에 맞춰서 대응할 것”이라며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으면 연석회의 참석단체와 시·도 의사회 등을 포함하는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휴진 관련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환자단체와 서울대병원 노조에서 발표한 성명서에 대한 입장과 휴진 이후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정부 “불법행위 엄정 대응…의대증원 필요”
정부가 일방적인 예약 취소 등을 진료거부로 보고 이는 의료법 위반이라며 처벌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 “의료법은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진료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할 경우 벌칙을 명시하고 있다. 환자가 아니라 의사가 ‘노쇼’ 하면 안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비상진료체계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전 실장은 의대증원의 필요성과 이유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2010년부터 전문가 추계를 근거로 의대의 증원을 시도했지만 의협에서 번번이 반대했기 때문에 그동안 증원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야 하고 더는 그 부담을 미래세대에 미룰 수 없기 때문에 의대 정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을 추진한 것”이라고 당위성을 설명했다.
단일 창구라는 의협…전공의와는 노선 갈려
의협은 “의협이 단일창구”라고 말했다. 의협은 “교수 등 모든 직역이 의협 중심의 단일창구를 만들겠다고 뜻을 모았다”며 “이 사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가 의협을 개원의 단체로 치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사 집단행동 초기부터 의협이 의료계 단일창구라며 의사들의 중심임을 강조해 왔다. 앞서 정부가 ‘통일된 안’을 요구할 때도 의협은 “우리가 단일창구”라고 했지만 각 주체 간 불협화음이 일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바 있다.
실제로 의협이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임현택 의협 회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SNS를 통해 “임현택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라며 “중심? 뭘 자꾸 본인이 중심이라는 것인지.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며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안 갑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은 변함없습니다”고 덧붙였다.